미국의 한 신경과학 스타트업이 팔과 다리, 장기 등 한 부위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몸통에 머리와 척수를 붙이는 이른바 '머리 이식'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2일(현지시간) 뉴로사이언스 뉴스에 따르면 신경과학 및 생의학 공학 스타트업 브레인브리지(BrainBridge)는 세계 최초로 '머리 이식 시스템'(head transplant system)을 개발하고 있다며 8년 안에 수술에 돌입할 수준까지 기술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와 함께 업체가 공개한 콘셉트 영상이 눈길을 끌었다. 영상에서 로봇팔은 수혜자와 기증자의 머리와 척수를 각각 떼어내고, 수혜자의 머리를 기증자의 몸에 봉합한다.
또한 로봇을 통해 기증자의 얼굴을 제거하고 수혜자의 얼굴을 붙이거나, 회복하는 과정에서 머리에 부착한 장치를 통해 뇌파로 전동 휠체어를 조작하는 등 디스토피아 영화에서 볼 법한 모습이 다수 담겼다.
업체는 기증자와 수혜자의 신체(머리 포함)를 각각 섭씨 5도의 낮은 온도에 냉각해 뇌 손상 위험을 줄일 수 있으며, 특정 농도의 인공 혈장 용액을 투여하면 뇌와 신체의 산소를 공급하고 응고를 예방할 것이라고 봤다.
로봇 수술을 통해 경동맥, 척추 동맥, 경정맥을 노출하면 혈액이 기증자의 순환계로 즉시 연결된다. 이때 혈액이 응고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환자 머리에서 혈액을 완전히 배출한다. 이후에는 인공지능(AI)으로 수술 중 근육과 신경을 모두 추적 관찰해 원활한 재부착을 유도한다. 척추가 연결되는 부분에는 특수 임플란트와 폴리에틸렌글리콜(PEG)를 사용해 절단된 뉴런을 다시 연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브레인브리지는 머리 이식이 “마비 및 척수 손상 등으로 삶이 바뀐 환자에게 '완전히 기능하는 신체'를 가질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의 기술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생명을 구하는 치료법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업체가 자신한 것처럼 '머리 이식'이 최근의 개념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제시됐지만 기술적인 부분부터 시작해 윤리적 문제까지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산더미처럼 남아있다.
업체는 이 기술을 8년 안에 실제 수술까지 이어지도록 발전시키겠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공상과학 소설에 더 가깝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킹스 칼리지 런던의 신경과학자 아마드 알 클레이파트 박사는 “인간에게 머리 이식이 가능하다는 개념 증명은 없다”며 “이것은 뇌가 작동하는 방식과 이러한 질병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질나쁜 농담”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카디프대학교 명예연구원인 신경과학자 딘 버넷 박사는 “이전에도 판타지적인 주장을 보아왔지만, 이번 경우는 단연 가장 극단적”이라며 “여러 면에서 가능성이 희박하고 터무니없는 주장이 하나의 편리한 패키지로 묶인 것 같다. 머리 이식은 여전히 허구”라고 말했다.
뉴햄프셔 국립보건원(NHS) 소속 외과의사인 카란 랑가라잔 박사는 “모든 것이 연결되더라도 이후에 하나라도 플러그가 빠지면 환자는 즉시 죽을 수 있다. 이식 거부를 예방하기 위한 평생의 약물 치료가 병행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며 “사람의 플러그를 뽑고 스위치를 끄면, 이후에 스위치를 다시 켰을 때 같은 사람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느냐”고 했다.
머리 이식은 1950년대 처음 제시됐다. 당시 소련의 외과의사 블라디미르 데미코프는 1954년 개의 머리와 앞다리를 포함한 상체 부분을 다른 개의 등에 이식하는 끔찍한 실험을 자행했다. 당시 개들은 며칠 동안 살며 자극에 반응하기도 했지만, 이식 거부 반응으로 사망했다.
이후 2013년 이탈리아의 세르지오 카나베로가 인간을 대상으로 수술할 수 있다고 나섰다. 그는 2017년 두 구의 시신으로 머리 이식을 진행했으며 18시간 동안의 수술을 통해 척추, 신경, 혈관을 모두 재연결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척수성근위축증을 앓던 남성이 그의 수술을 받겠다고 나섰지만 막대한 치료비를 지불 할 후원자가 나타나지 않아 실제 수술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