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은 과학을 '지식의 모음'이 아닌 '생각의 방법'이라고 했다. 같은 주제를 놓고 김상욱 교수도 지식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출범 한 달여 앞둔 우주항공청을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같은 우주 개발 컨트롤타워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산업계와 학계의 기대감도 크다.
다만 여전히 초대 청장을 비롯해 구성원 인선이 더디기만 한 탓에 우주항공청의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남는다. 200명이나 되는 연구인력을 채용하겠다는데 이들이 명확하게 어떤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우주항공청은 엄밀히 우리나라 우주항공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행정기구다. 연구기관은 아니지만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이 산하기관으로 합류하면 연구기능을 갖춘 거대 조직이 된다. 그럼에도 우주항공청의 주 업무는 프로젝트 기획에서부터 설계, 과제 분배, 선정, 평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실제 연구 수행은 두 연구원과 산업계, 학계의 몫이다. 자칫 머리만 큰 조직이 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인재가 우주항공청에 필요하다. 비우주항공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룩한 성과를 우주항공 산업에 잘 접목하면 단숨에 선두주자를 따라잡을 수 있는 융합 기술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기존 분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판단을 위해서는 경계를 허물고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환경을 필요로 한다.
우주항공청에 기대하는 더 큰 부분은 다름아닌 '문화'다. NASA는 강연과 교육을 통해 국민들이 우주과학에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분과별로 앰베서더(홍보대사)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국민의 과학기술 수용성 제고는 곧 미래 인재 양성의 출발점이다. 우주항공청이 지식을 넘어 과학을 대하는 새로운 관점을 미래세대에 제시하는 혁신 기관으로 발돋움하길 바란다.
창원=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