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열풍이 부는 가운데, 푸에르토리코 동쪽 카리브해에 있는 작은 섬나라 '앵귈라'가 특수를 누리고 있어 관심을 받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국령 앵귈라는 국가 코드 도메인인 '.ai'로 2023년 한 해 동안 국내총생산(GDP) 10%가 넘는 3200만달러(약 430억원)를 벌어들였다.
국가 코드 도메인은 인터넷 보급 초창기 각 국가에 할당된 것으로 한국은 '.kr', 일본은 '.jp', 프랑스는 '.fr' 등을 사용한다. 이 때 앵귈라(Anguilla)는 '.ai'를 할당 받았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관련 기업이 많아지면서 홈페이지 주소에 '.ai'를 넣고자 하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일례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인공지능 스타트업 'X'도 '.ai'를 넣은 홈페이지 주소를 사용한다.
'.ai'를 넣기 위해서는 앵귈라에 수수료를 내야 한다. 앵귈라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수료는 최소 140달러(약 19만원)에서 수천 달러에 이르며 경매를 통해 판매한다.
지난 한해동안 앵귈라는 국가 코드 도메인 수수료로 약 32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면적 90.64km2(서울 서초구 면적 47km2), 인구 1만 6000명의 작은 섬나라 GDP의 10%가 넘는 수익이다.
엘리스 웹스터 앵귈라 총리는 “어떤 사람들은 이를 횡재라고 부른다”며 “하지만 우리는 그저 신이 우리에게 미소 지어주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웹스터 총리에 따르면 이렇게 벌어들인 수입은 국가 복지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70세 이상 고령자들에게 무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학교 및 직업훈련 센터 건설, 공항 개선 자금, 스포츠 활동 및 행사 예산, 해외 의료 서비스 등 예산이 수수료 덕분에 크게 증액됐다.
앵귈라는 2017년 큰 피해를 낳은 허리케인에 이어, 2019년 팬데믹 여행 제한까지 이중고를 겪으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웹스터 총리는 '.ai' 도메인 수입 덕에 국가가 필요로 하는 부양책을 실시할 수 있었다며 “우리는 이것이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도메인으로 큰 수익을 얻은 국가는 앵귈라가 처음이 아니다. 호주 북동쪽에 있는 섬나라인 투발루(tuvalu)는 5000만 달러를 받고 '.tv'에 대한 권리를 캐나다의 한 기업가에게 넘겼으며, 남태평양의 니우에(niue)는 미국의 한 사업가에게 국가 코드 도메인 '.nu'(북유럽에서 '지금'을 뜻하는 단어)를 판매하기도 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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