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이 캐즘 영역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혁신 제품이 초기 시장에서 주류 시장으로 넘어가는 시기, 혁신소비자(2.5%) 및 얼리어답터(13.5%)와 선도적 대중(34%) 사이를 가르는 벽이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은 16%를 돌파하며 이 시기에 들어섰다.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입을 망설이는 이유로는 높은 가격, 긴 충전 시간, 부족한 충전 인프라 등이 꼽힌다. 여기에 화재 위험성도 전기차 구매를 가로막는 원인으로 꼽힌다. 전기차는 배터리 열폭주 현상으로 사고 이후 탈출이 가능한 골든타임이 내연기관차 대비 극단적으로 짧다는 점이 불안감을 높인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구조적으로 화재에 취약하다. 하지만 배터리 업계에서 화재는 불편한 화두다. 전기차 화재는 물론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갤럭시노트7 발화, 전동킥보드 화재 등 이슈가 발생할때마다 번번이 운용상 문제, 정품 충전기 사용, 불법 개조 등 화재 원인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물론 화재는 과충전, 외부 충격, 기계적 결함 등 복합적인 원인이 맞물려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재 안전성은 전기차 캐즘을 극복하기 위해 배터리 업계가 필히 정면돌파해야하는 문제다.
국내 이차전지 소재 업체 한 임원은 최근 콘퍼런스에서 “가격과 함께 열 안전성 문제가 전기차 캐즘을 극복하는데 가장 큰 요인”이라며 “배터리 팩과 모듈에서는 어디까지 열 안전성을 잡아줄 수 있고 셀과 소재 단계에서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이차전지 업계가 토론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력하는 하이니켈 삼원계 대비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세가 거세다. 중국산 LFP 대비 우위를 지키고 캐즘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배터리 업계가 지혜를 모을 때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