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가수 민서의 시즌2’

사진=빌엔터테인먼트
사진=빌엔터테인먼트

인터뷰를 하다 보면 자주 느끼는 점이, 방송에서의 모습과 실제 모습에 차이가 큰 연예인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늘 카메라 앞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인 직업이니 당연한 소리일 수도 있지만, 굳이 이를 언급한 이유는 이 카메라 앞 모습과 실제 모습의 차이가 ‘아까운 경우’가 꽤 많기 때문이다.



100% 본모습을 드러내기 어려운 제한된 상황이라는 점 때문인지, 심리적인 이유 때문인지, 그게 아니면 어떤 콘셉트를 잡아서 인지는 몰라도 카메라 앞에 서면 지닌바 매력이 잘 전달되지 않는, 그런 경우 말이다.

가수 민서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런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민서에게 받은 인상은 솔직하고, 쾌활한데다가, 은근히 웃기는 구석까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민서는 재능과 커리어도 출중하다. ‘좋아’의 가창자로 음원차트 올킬을 달성한 경험도 있고, 영화와 드라마 등에 꾸준히 출연하며 연기자로서도 나름 입지를 다지고 있다. 예능도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분명 지금보다 훨씬 높은 인지도와 인기를 거머쥐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활동반경과 실력, 끼, 재능, 성격을 갖추고 있는 민서지만 현실은 달랐다.

민서 스스로 ‘하향식 그래프의 가수’라고 인정할 정도로 그의 가치와 매력은 대중에게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민서가 타개책으로 선택한 방법은 ‘리셋’이다.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신인의 자세로 다시 음악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단, 이번에는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그리고 그렇게 선보인 신곡이 바로 ‘DEAD LOVE’(데드 러브)다.

◇ 난 하향식 가수…스스로에 의구심 들었다

‘슈퍼스타K7’의 출연을 계기로 2016년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레이블 에이팝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한 민서는 당시만 해도 가요계 여자 솔로 가수 최고 유망주로 꼽혔다.

아닌 게 아니라 민서는 정식 데뷔전 가창자로 참여한 월간 윤종신 ‘좋아’가 음원차트 올킬을 달성하며 ‘데뷔도 하기 전 차트 1위를 경험한’ 희귀한 사례를 남기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후 민서가 발매한 음반은 ‘좋아’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줄곧 하강 곡선을 그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당연히 민서 스스로에게 큰 고민으로 다가왔다.

민서는 “내가 (가수에) 잘 어울리는 사람인지 고민이 있었다. ‘좋아’로 1위를 했는데, 그다음부터는 곡을 내면 순위가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를 반복하며 하향 그래프를 그렸다. 그래서 ‘(이 직업이) 나랑 안 맞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게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더라”라고 털어놓았다.

사진=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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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말로 이대로 포기하기엔, 민서는 음악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민서는 “미스틱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끝나고, 음악을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연예계를 떠날까도 고민했는데, 그때 지금의 회사에서 다시 한번 해보자는 제안이 왔다. 그래서 ‘해볼 수 있을 만큼은 해보고 그다음에 그만 두자’는 생각으로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라고 그간 마음고생에 대해 밝혔다.

그렇게 고민과 방황을 이겨내고 세상에 선보인 ‘DEAD LOVE’는 로우파이(Lo-Fi) 힙합 비트가 접목된 알앤비(R&B) 곡으로, 지금껏 민서가 선보여왔던 곡들과는 다소 궤를 달리한다.

이에 민서는 “나는 아직 부족한 사람이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보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각오하고 처음으로 낸 곡이 이 곡이다. 멜로디는 듣기 편하고 서정적이지만, 가사는 강렬하다. 헤어진 연인이 불행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그래도 곡 자체는 이지리스닝에 가까우니 편하게 들어줬으면 좋겠다”라고 ‘DEAD LOVE’를 설명했다.

독특한 가사를 지닌 곡인 만큼, ‘DEAD LOVE’는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일단 방송 심의가 그랬다.

민서는 “(가사의 욕설 때문에) 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방송용 버전을 추가로 녹음했다. 둘 다 발매하기는 어렵겠지만, 추후라도 다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민서가 ‘DEAD LOVE’를 자신의 새로운 시작으로 선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솔직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방향을 명확히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민서는 “이 곡의 매력 포인트는 솔직함이다. 사람들이 다 예쁘게 이별하는 게 아니지 않나? 나도 솔직히 전 연인이 나와 헤어지고 다른 사람이랑 잘되면 배 아프다. 그래서 처음부터 슬프고 아픈 이별 이야기보다 복수를 꿈꾸는 여자를 만들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멜로디는 서정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더해져 ‘DEAD LOVE’가 완성됐다”라고 밝혔다.

민서가 이처럼 ‘솔직함’을 강조한 데에는 지금까지의 음악 활동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있다.

민서는 “뭔가 민서라는 사람을 떠올렸을 때 정확한 이미지가 없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사람들이 봤을 때 ‘이 친구는 뭘 하고 싶은 거지?’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 나 스스로도 혼란이 왔을 정도였으니까. ‘좋아’로 1위를 했다 보니 사람들은 나에게 발라드를 원하지 않을까 하는 조급함도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완전히 새로 시작하려 한다. 나 스스로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하려고 한다”라고 덧붙이며, ‘진짜 민서’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것을 다짐했다.

◇ 이러나저러나 결국은 ‘천생 가수’

가수로서 새로운 시작을 선언한 민서지만, 그렇다고 지닌바 재능을 억지로 숨길 생각은 없다.

기존에 하고 있던 연기와 ‘골 때리는 그녀들’ 역시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고, 또 민서가 출연한 영화 ‘1980’도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사진=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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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서는 “연기는 처음에는 전혀 생각이 없었는데, 한번 배워보라는 권유로 시작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재밌더라. 노래와 다른 매력 포인트가 있다. 연기를 2, 3년간 배우고 처음 결과물을 보는데 묘한 뿌듯함이 있더라. 마무리를 했을 때 보는 만족감이 또 다르다. 그래서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골 때리는 그녀들’의 출연 역시 마찬가지로 애정이 깊다.

민서는 “‘골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한 지 2년이 됐는데, 지금 속해 있는 팀이 솔로 여가수 팀이다. ‘골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하면서 동료를 얻었다. 사실 솔로 가수를 하면서 되게 외로웠다. 다른 가수와 친해질 기회가 많이 없어서 아는 사람도 적고 세계가 작았다. 그런데 동료를 만나면서 세계가 넓어졌다. 든든한 아군을 얻은 느낌이다. 지금도 응원을 많이 해준다”라고 ‘골 때리는 그녀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또 ‘골 때리는 그녀들’의 경험은 축구에 대한 애정으로도 이어졌다.

민서는 “예전엔 축구를 안 봤다. 축구의 룰도 몰랐는데, ‘골 때리는 그녀들’를 하면서 축구에 빠졌다. 지금은 유료 채널을 결제해서 축구를 챙겨보고, 친구들과 치킨집에서 축구를 보면서 응원하기도 한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민서의 관심이 아직까지 K리그까지는 넘어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서울 출생인 그는 “FC 서울에 대해 알아보겠다”라고 덧붙이며 K리그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을 약속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솔직한 모습으로 활동을 약속한 민서지만, 이러나저러나 그의 본업은 가수다.

민서는 “앞으로 음악적 방향은 지금과 비슷한 느낌으로 갈 것 같다. 그전에는 너무 중구난방이었다. 이제부터는 비슷한 결을 유지하려 한다. 내가 요새 좋아하는 음악이 이지리스닝인데, 듣기 편안한 멜로디를 갖고 있는 음악을 앞으로 계속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수로서 내 장점은 감정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것과 이어지는 음을 잘 쓴다는 점이다. 사람 목소리가 악기로 느껴지는, 그런 식으로 노래를 불러보고 싶다”라고 보다 더 대중에게 다가가는 가수 민서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더불어 민서는 “음악을 너무 좋아한다. 노래를 항상 부르고 싶다. 지금 나이가 29살인데, 20대 10년 동안 그래프가 오르락내리락을 했다. 그러면서 느낀 건 결국 노래할 때 가장 즐겁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하고 싶다. 오래 기다려준 팬 여러분에게 고맙고, 그 기다림과 응원을 꼭 갚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