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 1억원 시대가 도래하면서 암호화폐거래소도에도 봄이왔다. 코인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규제 일색이던 한국 암호화폐시장에도 생기가 돈다.
하지만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한 빅4 거래소 외 코인마켓 거래소는 줄줄이 도산하거나 폐업 위기에 내몰리며 극심한 위기를 맞고 있다. 시장 불균형이 고착화된 형국이다.
후오비를 비롯, 코인빗, 캐셔레스트 등 코인마켓을 대표하는 중형거래소도 줄줄이 서비스를 중단했다.
암호화폐거래소 시장에도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 효과가 나타났다.
극심한 불균형은 서비스 질 하락을 초래하고, 결국 경쟁자 없는 대형 거래소만 막대한 매출을 일으키며 일종의 카르텔 진영을 형성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간 스캠 관련 코인이나 다단계 등을 통한 불법 코인이 만연하면서, 무늬만 거래소가 난립해 금융당국에서도 규제일색의 정책을 펼수 밖에 없다는 점도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더이상 실명계좌를 확보한 대형 거래소에게 '그들만의 리그'를 펼칠 수 있는 판을 깔아준다면 암호화폐 산업 생태계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차라리 투트랙으로 부실한 거래소를 사전 차단하고, 경쟁력 있는 코인마켓 거래소에게는 기회를 열어주는 선택과 집중도 검토해야 한다.
한 거래소 대표는 실명계좌를 확보하기 위해 최소 수십억원의 비용을 쏟아부었지만,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한국에서 사업 자체를 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이들 거래소를 대변하고 있는 코인마켓거래소 협의체 VXA도 식물 협회로 전락하고 있다. 올해 구체적인 운영계획도 없고, 회원사인 거래소가 줄줄이 폐업 위기에 처해있어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조차 없다.
상위 원화마켓 거래소 또한 정부가 규제를 풀어 서로 경쟁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명계좌를 발급하는 은행도 그간 상당수 암호화폐거래소와 협상했지만 번번히 금융당국의 강압적인 입장에 '방관자'로 전락했다.
이제 금융당국의 '거래소=투기 노름판'이라는 색안경을 벗어야 할 때다. 보다 정밀한 규제 완화 정책을 세워야 할 때다. 암호화폐거래소는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를 이끄는 또하나의 금융사다.
그간 보인 여러 역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불법 투기 시장을 조장하는 '사회 악'으로 평가절하하는 편견은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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