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경매 지연으로 정보통신기술(ICT) 기금 규모가 줄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일반회계 확대와 기금 수익 다변화 등 구조조정으로 문제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글로벌 인공지능(AI) 거버넌스 선점 경쟁에 맞서 AI 미니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AI반도체·세제지원 등 생태계 육성에도 적극 나선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AI 진흥, ICT 기금 확충, 통신 경쟁활성화 등 현안에 대한 대응방침을 밝혔다.
강 차관은 주파수경매 지연으로 손실이 커진 ICT기금 충당을 위해 지출 구조조정과 재원 구성을 다변화하겠다고 밝혔다. 강 차관은 “재원 충당을 위해 일반회계 출연과 공적자금 신규 차입을 늘리고 있으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에서 45%까지 늘어난 상황”이라며 “지출 구조조정과 재원 다원화를 통해 차입 비중은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조만간 디지털 스펙트럼 플랜 최종안을 발표, 신규 주파수 할당 문제도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이나 대형 부가통신사업자도 기금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신규 징수는 내부 논의가 더 필요한 사안”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넷플릭스·구글 등 규제 형평성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회에는 OTT 사업자의 기금분담 법안이 발의되는 등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강 차관은 우리나라가 장점을 가진 AI반도체 등 하드웨어 영역을 중심으로 생태계 육성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특히 AI·클라우드 산업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정보기술(IT)업 특성상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서 “혁신본부 중심으로 기획재정부와 지속 협의해 조세특례제한법상 혜택을 높일 수 있도록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AI 국제위상 강화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강 차관은 “각국 이해관계에 따라 거버넌스 선점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글로벌 의제를 선점하고 AI 규범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다음달 영국과 개최하는 AI 정상회의가 우리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SAP, GS 인증 등 클라우드·소프트웨어(SW) 보안인증 적체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업이 적시에 인증을 받도록 제도를 유연화,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강 차관은 “제도를 만들었고 인증을 받아야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데 (기업이) 계속 기다려야 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며 “기업이 체감할 수 있도록 바꿔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강 차관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 등 경쟁활성화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부가통신사 규율을 강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전부개정, 망 이용대가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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