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세계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 코로나19 팬데믹, 환경규제, 기후변화와 같은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왔다. 이러한 상황은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점을 노출시켰고, 주요 기술 선진국들은 공급망의 블록화 움직임까지 보이며 치열하게 공급망 확보 경쟁을 벌여왔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산업의 소재·부품·장비 관련 수출규제, 요소수 사태 등 공급망 불안을 겪으면서 소부장 기술 자립과 공급망 안정의 중요성에 대해 뼈저리게 학습했다.
이 같은 학습효과는 우리에게 오히려 도전과 반전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정부가 우리나라 핵심산업의 공급망을 안정시키고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소부장 특화단지 조성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온 것은 좋은 사례로 주목할만하다.
우선 지난 2021년 2월에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5개 핵심 산업분야의 1기 소부장 특화단지가 조성됐다. 지난해 7월에는 반도체·미래차·바이오 등 3개 분야에서 충북 오송, 광주, 대구, 부산, 경기 안성 등 5개 지역을 '2기 소부장 특화단지'로 선정했다. 지난 3일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위원회는 2028년까지 향후 5년간 총 5067억원을 투입해 소부장 특화단지의 연구·개발(R&D) 및 기반구축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표된 '소부장 특화단지 맞춤형 지원 방안'은 소부장 특화단지별 특성에 맞는 △수요-공급기업 공동 연구개발(R&D) △실증 지원 테스트베드 구축 △인력양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중에서 자동차 부품 기업이 다수 집적된 대구 특화단지의 경우 전기차 모터의 기술개발을 통해 모터용 자석소재 글로벌 가격 경쟁력과 소재의 수급 안정성을 확보한다. 또 모터 하우징·코어 및 고효율 권선 기술로 구동모터의 경량화 및 소형화 기술력을 강화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화단지를 대표하는 6개 수요기업과 100여개의 중소·중견기업으로 구성된 전기차 모터 밸류체인을 통해 대구를 파운더리형 모터산업의 거점으로 조성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또 광주 자율주행 특화단지와 연계해 실차 기반 미래차 부품 실증을 추진하는 한편, 부산 전력반도체 특화단지와의 연계를 통해 전기차 전력제어 부품·모듈 기술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같은 촘촘한 계획은 대구 소부장 특화단지를 중심으로 미래차 산업의 광역 협력체계 구축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우리는 이제 2기 소부장 특화단지 맞춤형 지원 방안이 실체를 갖춰 구현되고 성과를 내는 과정을 주목해야 한다. 1기 소부장 특화단지의 정부 투자와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특화단지 입주기업이 10%가량 늘었고 6300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됐다. 수출액은 55% 증가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1기 특화단지와 같이 2기 소부장 특화단지 지원방안이 속도감 있게 추진된다면 공급-수요 기업 간 협력 생태계를 통해 지역경제와 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지역 특화단지가 글로벌 클러스터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맞춤형 지원'이 우리나라 핵심산업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업계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산업 현장에서 소부장 특화단지의 효과를 반드시 체감할 수 있기를 강력히 희망해 본다.
강동우 계명대학교 교수·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 기술위원회 위원장 dwkang@km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