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생가에서 금으로 만든 '황금 변기'를 훔친 용의자가 절도혐의를 인정했다. 작품 가격은 당시 80억원으로, 현재는 금값만 1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의 작품이다.
2일(현지시간) 영국 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블렌하임 궁전에서 '황금 변기' 절도 사건의 용의자 제임스 쉰(39)은 이날 옥스포드 크라운 법원에서 절도 혐의를 인정했다.
그가 훔친 황금 변기는 이탈리아 조각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2016년 만든 작품 '아메리카'(America)다. 미국의 경제 불균형과 부의 세습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작품으로 예술가는 “당신이 200달러짜리 점심을 먹든 2달러짜리 핫도그를 먹든간에 결국 '변기'로 간다는 것은 똑같다”고 설명한 바 있다.
작품 가격은 600만 달러(약 81억원)에 달한다. 제작 당시 18K 금이 103KG 투입(227lb)돼 금값만 400만 달러(약 54억원)에 달한 것으로 유명하다. 금 시세가 1온스당 2300달러를 사상 처음으로 돌파한 현재 금시세로는 95억원(한국물가협회 기준)이 넘는다.
이 작품은 2019년 9월 옥스퍼트 인근에 있는 처칠의 생가 블렌하임(블레넘) 궁전에 전시됐으나, 전시가 시작되고 단 이틀 만에 도난당했다. 이 변기는 방문객도 실제 사용할 수 있도록 배관이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도난 과정에서 세계문화유산인 18세기 궁전이 파손됐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하고 4년 동안 범인을 특정하지 못하다가 지난해 11월 제임스 쉰을 포함한 남성 4명을 체포했다. 다만 해당 작품은 되찾지 못했다. 경찰은 범인들이 이 변기를 녹여 판매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쉰은 현재 혐의를 인정했으며, 또 다른 용의자인 마이클 존스와 프레드릭 신스, 보라 구컥은 범죄 재산 이전 공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세 사람은 내년 2월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