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해 경기악화 직격타를 맞은 데 이어 올들어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가 시행되면서 사법리스크도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용자 권익 향상이라는 제도 시행 취지에 공감하며 자발적 전수조사 후 오류 시정에 나섰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겨눈 칼끝에 선 처지가 됐다.
산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 여론 확산으로 신사업 투자까지 발목잡힌 가운데 정부가 예고한 중장기 진흥책 발표는 요원한 상황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사는 현재 라이브 서비스 중인 게임 라인업과 출시 예정 신작 내 확률형 아이템 관련 시스템 재정비를 위해 상당한 비용과 인적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사내 법무조직 차원에서도 컴플라이언스 이슈 해소를 위한 체비를 갖추거나 외부 로펌에 자문을 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지난달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개정 게임산업진흥법이 시행된 이후 게임 내 확률정보 오표기 사례가 잇따라 확인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각 게임사가 자체 조사 후 일부 표기 오류가 있었음을 사과하고 이용자 보상을 약속했지만 공정위 민원접수를 피하지 못했다. 공정위에서도 본부로 사건을 이관, 본격적인 조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는 당혹스러움과 함께 위축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제도 준수를 위해 뒤늦게 발견된 오류를 숨기기 보다는 투명하게 공지하고 보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음에도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이 찍히는 상황이 됐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회사가 스스로 서비스 중인 게임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오류 사실을 밝힌 결과가 '본보기'에 가까운 제재 조치라면 앞으로는 더욱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제도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기 전 휴먼 에러와 시스템 미비로 인한 실수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정상참작을 해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제도 준수를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시스템을 증설하는 등 실질적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예컨데 게임 내 적용된 확률을 이용자가 보는 확률과 실시간 연동해 표기하기 위해서는 적지않은 서버 패킷 데이터 송수신이 요구된다. 동일한 규모 온라인·모바일 게임을 서비스게 되더라도 관련 서버 비용과 이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 관련 비용은 훨씬 더 커진다는 의미다.
반면 규제 강화로 인해 산업 성장이 위축되지 않도록 마련하겠다던 정부의 진흥 정책은 깜깜무소식이다. 올해 초 발표가 예정돼 있었으나 점차 일정이 밀리다 이달 중에도 발표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이 발표한 공약에도 게임은 찬밥 신세다. 젊은층 표심을 잡기 위한 'e스포츠 활성화' 혹은 토목 정책에 가까운 경기장 건립만 일부 언급될 뿐 게임 시장과 산업에 대한 정책을 담은 공약은 전무하다.
게임이용자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철우 변호사는 “정당을 불문하고 대부분 게임 관련 공약이 e스포츠와 지역시설에 집중돼 있다”며 “표심을 얻기 위한 단순한 공약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게임 문화와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마련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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