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뒤로 태양 숨자 “딴 따따 단~”…개기일식 아래서 부부 수백쌍 탄생

사진=일로프 앳 더 이클립스 홈페이지 캡처
사진=일로프 앳 더 이클립스 홈페이지 캡처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 현상이 8일(현지시간) 북미 대륙에 나타난 시점, 수백쌍의 연인이 혼인 서약을 맺었다.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완전한 개기일식이 지나간 미 남부 아칸소주 러셀빌에서는 '일로프 앳 더 이클립스'(Elope at the Eclipse)라는 이름의 대규모 합동 결혼식이 열렸다. '일로프'(Elope)란 사랑하는 사람과 눈이 맞아 함께 달아나는 것을 일컫는다.

2024년 4월 8일(현지시간) 멕시코, 미국, 캐나다에 나타난 개기일식.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2024년 4월 8일(현지시간) 멕시코, 미국, 캐나다에 나타난 개기일식.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아칸소주에서 합동 결혼식을 올린 커플은 총 358명. 이날 오후 개기일식이 시작되며 하늘이 깜깜해지자 이들은 결혼식을 올렸다.

애슐리 스미스와 게리 크네벨 커플도 이날 아칸소주에서 결혼했다. 15년간 사귀어 온 두 사람은 2017년 결혼식을 올리려다 스미스의 어머니가 작고해 결혼을 한 차례 미뤘고, 개기일식에 맞춰 결혼하기로 했다.

스미스는 “마치 어머니가 이렇게 하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은 느낌이다. 때가 됐다. 준비됐다”며 결혼식이 진행되기 직전 기대감을 보였다. 크네벨은 “어둠의 순간이 기대된다. 모든 사람이 동시에 모든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뻐했다.

개기일식이 지나간 또 다른 지역, 오하이오주의 작은 마을 티핀에서도 무료 합동 결혼식이 올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역 상공회의소 임원 브라이스 릭스를 인용해 “지난 3월 등록이 마감될 때까지 150쌍의 연인이 참가 등록을 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오하이오주 트랜튼 등 개기일식이 지나가는 경로를 따라 여러 건의 크고 작은 야외 결혼식이 진행됐다.

일반적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날짜로 월요일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개기일식으로 여러 커플이 몰려들었다. 이날 결혼식 서비스 웹사이트 '더 나트'(The Knot)에는 약 750건의 결혼식이 등록됐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날 대비 2배 많은 숫자다.

7년 전 북미지역에 개기일식이 나타난 2017년 8월 21일에도 약 990건의 결혼식이 등록될 정도로 개기일식은 커플들이 선호하는 우주쇼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