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1분기에도 실적 순항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둔 업계는 올해 역시 주력 품목 선전에다 해외진출 성과 등을 더해 산뜻하게 출발하는 양상이다. 업계 주요 기업들은 올해 실적 신기록 경신에 도전한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1분기 최대 30%에 육박하는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 연구개발(R&D) 투자, 회사 합병 등으로 수익성은 다소 주춤하지만 하반기에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분기 업계 매출 성장은 바이오 영역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해당 분기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9205억원, 셀트리온이 7284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7%, 21.9% 성장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전년 동기 대비 17.1% 성장한 2246억원으로 예상되며,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 통합에 따른 재고 이슈 등으로 9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 업계도 1분기 의미 있는 성장이 기대된다. 바이오 분야와 비교해 성장 폭은 적지만, 사업 다각화와 영업망 확장, 해외 진출 등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제약 업계 매출 1위인 유한양행은 올해 1분기 4834억원 매출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1%가량 성장이 예상된다. 한미약품과 녹십자도 각각 3942억원, 3739억원 매출을 기록, 전년동기 대비 각각 9.1%, 7%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분기 한미약품은 영업이익 600억원(607억원)을 돌파했고, 녹십자는 지난해 4분기 84억원 적자에서 이번 분기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
대웅제약과 JW중외제약 1분기 컨센서스 역시 각각 매출액 3320억원, 191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3%, 10.5% 오른 규모다.
지난해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엔데믹 등으로 의약품 수요가 하락한 상황에서 기술수출, 해외 고객 확대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한 결과다. 이들은 올해 1분기에도 주력 품목 선전 속에서 영업망 확충, 재고관리, 해외 진출 가속화 등에 총력을 기울이며 대부분 목표 달성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분기에만 글로벌 빅파마인 UCB, MSD와 의약품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하며 합산 4747억원의 수주금액을 확보했다. 셀트리온 역시 주력 제품인 램시마가 1분기에 24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거두면서 안정적인 성장을 뒷받침했다. 특히 지난달 18일 미국에 출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 매출이 2분기부터 본격 반영될 경우 올해 더 큰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차 치료제로 품목허가를 받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올해 1월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며 1분기 매출에 반영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오는 8월 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과 조기 출시까지 예상되면서 글로벌 매출에 한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대웅제약도 종근당과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스클루' 공동 프로모션을 선언하며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기업은 대부분 해외사업에 초점을 맞추며 성장했다”면서 “엔데믹과 국내 약가인하 정책, 전공의 파업 등 여파로 내수 분위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해외 진출과 비용절감 등이 올해 성장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