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벤처투자시장 침체기가 올해도 이어졌다. 1분기 세계 벤처투자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이상 줄고, 투자 건수도 감소했다. 다만 인공지능(AI) 분야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기업이 잇달아 나오면서 시장 침체 속에서도 빛을 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벤처투자 금액은 584억달러(약 79조8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740억달러(약 100조1500억원)에 비해 약 21.1% 감소했다. 직전 분기보다는 약 10.6% 늘어났지만, 거래 건수는 지난해 1분기와 4분기보다 모두 적었다.
1분기 벤처투자 부진은 세계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투자 재원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탓으로 분석된다. 1분기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등을 포함한 총 회수 건수는 2098건으로 전년 동기 2333건 대비 약 10.1% 적었다.
산업별로보면 역시 AI 분야가 1분기 벤처투자 시장을 이끌고 있다. 대규모 투자는 AI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미국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은 1분기에 아마존과 멘로벤처스 등으로부터 총 35억달러(약 4조7300억원) 규모 시리즈D 투자를 유치했다. AI 챗봇 '클로드'를 개발한 앤트로픽은 속도와 성능이 뛰어나 오픈AI 대항마로 꼽힌다. 2021년 설립된 엔트로픽에는 아마존뿐만 아니라 구글, SK텔레콤, LG테크놀로지벤처스 등이 투자사로 참여했다.
중국 AI스타트업 문샷AI는 지난 2월 알리바바그룹과 현지 벤처캐피털(VC) 홍샨 등으로부터 10억달러(약 1조3500억)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한자 20만자를 처리할 수 있는 AI챗봇 키미를 개발했다. 현재 200만자 처리에 도전하는 등 현지 AI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기업 피규어AI 역시 지난 2월 6억7500만달러(약 91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오픈AI, 엔비디아 등이 피규어AI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지시를 물리적으로 수행하는 로봇 기술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다. 세 회사가 1분기에 받은 투자금은 전체 투자규모의 10%에 육박한다.
한국 역시 AI 스타트업이 벤처투자 시장에서 주목 받았다. 지난 1월 생성형AI 솔루션 기업 업스테이지는 SK네트웍스로부터 250억원을 투자받았고, 시리즈C 투자 유치 중인 AI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 딥엑스는 최소 9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서버 구축·운영과 데이터 확보, 우수 인재 유치에 많은 돈이 드는 AI 기업에 투자가 두드러졌다”면서 “수익 모델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기업이 폐업하는 사례도 등장하는 등 AI기업간 옥석 가리기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