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결과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대권 잠룡들의 명운도 크게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윤 대통령은 여당이 과반을 확보할 경우 남은 3년 임기에서 국정과제 추진 동력에 힘을 받을 수 있으나, 야당이 과반, 또는 200석 이상을 차지할 경우 레임덕과 함께 탄핵 위기까지 몰릴 수 있다.
윤 대통령은 22대 총선 본투표를 하루 앞둔 9일 반도체 현안과 꽃게철 서해 불법조업 단속 현장을 점검했다. 또 경기지역 병원을 찾아 의료개혁 속 고군분투 중인 의료진을 격려했다. 총선을 앞두고 평소처럼 민생과 산업을 챙기는 하루를 선택한 셈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에선 미묘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총선에서 여당이 힘을 얻지 못하면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한 달 앞두고 향후 국정 장악력과 정치 영향력이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이 '정권 심판'을 앞세우며 총선구도를 윤 대통령 국정 중간평가로 만들어가면서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의석수 과반을 이뤄 승리하면 국정도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협조가 필수적인 주요 국정과제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추진하는 경제안보 위주의 산업 정책도 빠르게 안착할 수 있게 된다. 또 정부가 힘을 실었던 해외 수출을 중심으로 한 방위산업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통한 반도체·이차전지·전기차 등 미래 성장 동력산업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야당이 과반을 이뤄 승리하면 국정 동력을 잃고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 예산과 인사에도 난맥이 커지고 입법 역시 가로막혀지면서 남은 임기 3년을 야당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어진다. 여당 내에서도 윤 대통령 책임론이 커지면서 입지가 좁아져 결과적으로 정부부처 공직자들까지 보신주의에 갇힐 가능성이 높아진다.
윤 대통령 못지 않게 잠룡들의 향방도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선거 결과에서 직접적인 책임을 갖는 잠룡들이다. 이 둘은 승리, 패배 등 총선 결과에 따라 향후 정치운명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최전선에 있다.
한 위원장은 야권의 우세가 예상되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단독 과반, 범야권의 과반 또는 200석을 저지해야 하는 위기에 처해있다. 패배 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향후 복귀 가능성을 타진해야 할 수 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130석이상을 확보하면서 선전할 경우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완전히 굳힐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예상대로 야권이 압승할 경우 가장 큰 수혜를 볼 잠룡이다. 지지층을 결집해 정부와 재판부를 압박할 가능성도 높다.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벗고 국회 권력을 앞세워 사실상 대한민국 정치 1인자로 올라설 수도 있다. 범야권이 200석을 넘기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도 밀어붙일 수 있다.
이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맞물려있다. 조국혁신당이 국회에 10개 넘는 의석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민주당과 연합해 정부를 압박할수록 이 대표와 조 대표 간 민주당 진영의 대권을 둔 진검승부도 빨라질 수 있다. 다만 조 대표는 사법리스크가 치명적이다. 자녀 입시비리 및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는데, 최종심이 항소심 결과를 뒤집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국회에 입성해도 곧바로 의원직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벗어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대권 잠룡으로서의 입지도 급격히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자신의 선거에서 승리하고 다른 후보의 승리도 지원해야 한다.
안철수, 나경원 등 여권 내 잠룡 역시 자신의 선거에서 승리부터 한 뒤 총선 패배 시 책임론으로 흐트러진 당의 구원투수로 나서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다. 원희룡 후보는 이재명 대표와의 승부가 중요하다. 이 대표에 승리해 국회에 입성하면 당의 전체적인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유력한 여권 내 대권 후보로 부상할 수 있다.
특히 여당의 패배 시 원인을 김건희 여사와 이종섭 전 호주대사,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논란 등 '용산발 악재'에 있었다고 결론이 내려질 경우 여당 내 잠룡들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 이번 총선에서 한 발 물러서 있는 잠룡들에겐 오히려 대권 가도를 향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총선 책임론에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尹, 여당 과반땐 국정과제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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