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화웨이가 특허·통신장비·스마트폰 영역에서 세계시장 선두권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이뤄진 미국 정부의 제재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과 전문가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한 점을 비결로 손꼽았다.
10일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6494건의 국제 특허(PCT)를 출원했다. 2위 삼성전자(3924건)와 격차를 유지하며 7년 연속 세계 특허출원 1위 자리를 지켰다. 화웨이 특허 출원 건수는 3~4위 업체인 퀄컴(3410건), 미쯔비시(2152건)를 합친 수 보다 많다.
화웨이는 같은 기간 세계 통신 장비 시장에서도 1위를 유지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은 31.3%다. 집계된 통신장비 기업 중 30%대 점유율을 기록한 건 화웨이가 유일하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는 삼성과 애플을 위협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4%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대 스마트폰 소비 지역으로 꼽히는 중국 현지에서 1위를 꿰차고 있어 성장이 예상된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DSCC는 올해 1분기 화웨이가 세계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화웨이는 지난 2019년부터 미국 제재로 반도체와 혁신 기술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변화된 상황에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미국 제재가 이뤄지기 전인 2020년 8914억위안(약 165조원)이던 매출은 다음 해 6368억위안(약 118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미국 구글과 퀄컴, 인텔 등 업체들과 유럽 반도체 업체까지 화웨이에 칩 공급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화웨이는 추락을 거듭했다. 하지만 화웨이는 지난해 총 매출 7042억위안(약 131조원)을 기록하며 부활을 알렸다.
이는 위기 속에서도 대규모 R&D 투자 예산을 줄이지 않은 덕분이다. 화웨이는 전체 직원 50% 이상이 R&D 관련 인력이다. 화웨이 창립자 런정페이 회장은 회사 내규에 매출 10% 이상을 R&D에 투자하도록 명시해 뒀다.
화웨이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약 23%에 해당하는 1647억위안(약 30조6000억원)을 R&D에 쏟아 넣었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 R&D 비용(28조3397억원)보다 많고, 한국 R&D 예산(2023년 31조1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화웨이 R&D투자는 빛을 봤다. 자체 7나노미터(nm)급 공정이 적용된 5G칩(기린9000S) 개발에 성공했다. 통신 장비 분야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앞서 5G-어드밴스드(5.5G) 상용화를 선언할 정도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화웨이 장비 성능은 글로벌 장비사보다 뛰어난 게 사실”이라며 “유럽 국가들이 보안 이슈와 관련해 화웨이를 전면 배제하는 '디커플링' 전략에서 일부 위험요소만 배제하는 '디리스킹' 전략을 택하고 있어 중남미, 아프리카 시장 등과 더불어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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