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업계가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혁신 신약 역량을 뽐냈다. 특히 항암 분야에서 혁신 신약 가능성을 제시하며 글로벌 빅파마의 주목을 받았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 지씨셀, 신라젠, 파로스아이바이오 등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5일(현지시간)부터 10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암학회(AACR) 2024'에서 주요 신약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에이비엘바이오은 신규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ABL112'과 'ABL407'를, 협력사 유한양행은 HER2 표적 이중항체 'ABL105(YH32367)' 포스터 발표를 진행했다. 이번에 발표한 이중항체 3종은 모두 '그랩바디-T(Grabody-T)' 플랫폼이 적용된 면역항암 파이프라인이다. 그랩바디-T는 자체 개발한 4-1BB 기반 이중항체 플랫폼으로, 종양미세환경에서만 T 세포를 활성화해 4-1BB 단일항체 고유의 간 독성 부작용은 줄이고, 항암 효과는 높이도록 설계됐다.
ABL112, ABL407은 기존 그랩바디-T 기반 이중항체들과 달리 종양 항원이 아닌 암 세포 주변에 밀집한 면역세포 특이적 항원을 표적해 그랩바디-T 적용 영역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비임상 단계로, 이번 AACR에서 처음 공개했다.
HK이노엔은 차세대 알로스테릭 EGFR-티로신 키나아제 저해제 후보물질 비임상 연구결과를 포스터 발표했다. 공개한 후보물질 'IN-119873'은 L858R 변이를 포함한 주요 약물 저항성 EGFR 내성변이에서 우수한 효력을 보였고, 뇌전이 모델에도 효과를 확인했다.
또 이 물질은 기존 3세대 EGFR-TKI인 오시머티닙과 병용시 EGFR 변이에 더욱 강력한 결합력을 보였으며, 정상 EGFR에 대한 저해능이 거의 없어 기존 EGFR-TKI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연세대의대 연구진(함원식·박지수 교수)은 신라젠이 개발 중인 항암제 'BAL0891'이 방광암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BAL0891은 신라젠이 지난 2022년 스위스 제약기업 바실리아에서 도입한 항암제로,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연세대 연구진은 TTK와 PLK1를 동시에 억제하는 BAL0891이 단독 또는 다른 약물과 병용시 여러 방광암 세포주 생존력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또 TTK 및 PLK1 억제제는 현재 각각 외국계 제약사들이 항암제로 개발 중이나 BAL0891이 이들 단독 기전 약물들보다 방광암에서 세포독성이 더 강력하다는 결과도 도출했다.
이밖에 GC녹십자 계열사인 지씨셀과 파로스아이바이오도 각각 항암면역세포치료제, 표적항암제 효능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지씨셀은 항암치료 후보물질 'GCC2005' 비임상 연구 결과와 항암면역세포치료제인 '이뮨셀엘씨주' 실사용 데이터를 포스터로 발표했다. 특히 이 물질은 자사 기술인 CAR와 IL 15 공동 발현을 통해 기존 NK세포 한계점이었던 짧은 지속성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파로스아이바이오 역시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치료제 파이프라인 'PHI-101'과 기존 허가된 AML 치료제 병용요법 효능 △기존 치료제 약물 내성을 극복한 악성 흑색종 치료제 파이프라인 'PHI-501' 전임상 연구 결과를 포스터 발표했다. 또 싸이토젠은 CTC 분리·분석 전립선암 변이 이중 확인 진단법, 폐암 EGFR의 CTC 기반 변이 분자진단법 등 4건의 연구결과를,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차세대 이중저해 표적항암제 신약후보물질 '네수파립'의 자궁내막암 비임상 효능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