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정치의 꽃으로 불린다.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전 국민이 본인 의사를 표현하는 핵심 창구다. 보통사람, 평범한 시민들이 유일하게 뱃지를 단 정치권과 공권력을 지닌 세력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이다. 중간평가 성격을 띈 4.10 총선 결과는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은 웃었다. 국민의힘은 성난 민심에 패배했다. 냉혹한 심판이 내려지자 정부 여당은 물론 용산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고위직들의 잇따른 사의 표명도 이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 대통령실 고위직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책임을 지고 직을 내려놨다.
현 정부는 남은 임기 3년도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다행히 여당이 개헌 저지선은 확보했기 때문에 국정운영 방향에 매우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야당의 공세와 대통령실의 거부권이라는 역공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레임덕 방치 차원에서 공직기강 확립과 사정정국이 들어설 수 있다.
현 정부의 남은 임기 3년도 이대로 가면 될까.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총선 패배 원인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표심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불통과 불공정으로 요약된다. 국민들은 지난 대선에서 '상식과 공정'을 내건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이 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상당수 국민은 검찰의 칼날이 정적 제거에는 날카롭다고 여긴다. 반면 여당과 가까운 이들에 대해선 수사조차 착수하지 않거나, 애써 외면하는 모습에 실망했다. 국민들은 지난 2년 간 특정 현안에 대한 특검법 거부, 논란이 될 만한 사건 뭉개기를 조용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출범 한 달된 조국혁신당 선전은 이를 반증한다.
당정 관계에도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용산의 독주에 제동을 걸거나, 최소한 조언을 했던 기억이 있던가. 국민의힘은 사실상 용산의 결정에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았던가. 지금처럼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건설적인 관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정치의 기본은 소통과 협상이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이 정치권에 보낸 메시지는 간결하다. 선명하다. 정부 여당 참패의 이유와 원인은 무수히 많겠지만, 결국 용산의 변화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아니라, 여야를 아우르고 진영간 통합을 할 수 있는 정치인 윤석열 대통령을 원한다.
김원석 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