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에 심취한 미국의 30대 여성이 개기일식이 곧 '종말'의 신호라며 달리는 차 안에서 두 명의 어린 자녀를 밖으로 밀치는 끔찍한 일을 벌였다. 본인 또한 얼마 뒤 가로수에 들이받아 자살했으며, 동거남까지 사전에 살해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폭스11 등에 따르면, 이날 로스앤젤레스(LA) 경찰국은 캘리포니아 405번 고속도로에서 사망한 대니얼 존슨(34)에 대해 살인 후 자살 혐의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존슨은 온라인에서 '대니얼 아요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점성술사로 엑스(X·옛 트위터)에서 1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이기도 했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8일 멕시코, 미국, 캐나다 등에는 달이 태양을 가리는 일식(Eclipse) 현상이 나타났다. 7년만에 나타나는 완전한 '개기일식'이며, 이를 놓치면 20년 뒤에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북미가 떠들썩했다.
하지만 존슨은 일식이 곧 '종말'을 암시한다고 믿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엑스에서 “일식을 보지마라. 중요한 곳이 다가오고 있다”는 글을 공유했으며, “정신 차려라, 종말이 왔다”는 글을 게시글 상단에 고정해두기도 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그는 개기일식이 일어난 당일인 8일 오전 3시 40분께, LA 카운티의 자택에서 동거남인 제일런 앨런 채니(29)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며 첫번째 살인을 벌였다. 피해자는 두 명의 딸 중 한 명의 아버지다. 그는 사망한 채니의 시신을 끌고 아파트 밖으로 나오려다 포기하고 다시 주방에 시신을 방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그는 자신의 포르쉐 차량에 각각 9세, 생후 8개월인 두 딸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첫째 딸이 어린 둘째딸을 무릎에 앉힌 상태였다. 그는 속도를 줄이고 차 밖으로 딸들을 밀어내 또 다시 살인을 벌였다.
생후 8개월된 영아는 뒤따라오던 차에 치여 현장에서 숨졌고, 9세 딸은 살아남아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고속도로에 아이들을 방치한 채 차를 더 몰고가다 5시께 도로 인근의 가로수에 충돌한 뒤 사망했다. 충돌 당시 속도는 시속 160km가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그가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ABC 뉴스는 법 집행 소식통을 인용해 “그의 살인과 자살의 동기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경찰은 그의 SNS 게시물을 확인하고 있다”며 그가 심취한 점성술과 관련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자택에서 그가 동거남과 말싸움을 벌였다는 이웃의 증언도 있어 경찰은 조사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