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 대승으로 끝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그간 국정운영 기조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의대증원을 둘러싼 의료개혁 논란이 대표적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진도 사의를 표하면서 의료계가 요구한 보건복지부 장·차관의 사퇴 또한 이뤄질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총선 직전까지도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국민만을 바라보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통령실 내부에선 이미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당장 총선 결과에 따라 국정 쇄신을 단행하고 인적 개편에 착수하면서 '저돌적' 이미지의 국정기조도 자연스럽게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야당과 소통하겠다는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점법안 처리를 위한 야당과의 소통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인가'라는 물음에 “그렇게 해석해도 좋다”고 답했다.
민생토론회에서 도출한 정책 추진을 위해서도 거대야당과의 협치는 필수적이다. 국민의 통신비 절감을 위해 윤 대통령이 약속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도 우선 정부 시행령부터 개정했지만, 국회 입법이 필수적이다.
금투세 폐지와 법인세 부담 완화, 다중대표소송제 완화 등 우리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개혁 과제,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국가전략산업을 뒷받침할 정책, 세액공제를 비롯한 정책자금 지원 확대 등도 야당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야권 주도로 각종 법안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패스트트랙)돼 국회를 통과할 때마다 거부권으로 대응했지만, 22대 국회에선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대야 설득에도 공을 들일 가능성이 높다.
22대 총선 전 윤 대통령의 '검사' '독선적' 이미지를 굳힌 의료개혁 역시 한발 물러설 가능성이 커졌다. 의대정원 증원 2000명이라는 상징적인 숫자도 변화할 수 있다. 반면 총선 참패 후 더 큰 레임덕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민적 지지가 큰 의료개혁과 의대 증원 추진에 공을 들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나백주 을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 이후) 야당과도 협조하겠다며 변화된 입장을 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사의 표명을 계기로 정부가 협상단을 다시 꾸리는 등의 노력을 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다”며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요청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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