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행성에서 무지갯빛의 원형 광학현상인 '글로리(glory)'가 처음으로 관측됐다. 글로리 현상은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들이 빛에 닿을 때 무지갯빛으로 나타나는 광학 현상으로, 지구나 금성에서 종종 관찰되지만, 외계 행성에서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모니카 렌들(Monika Lendl) 스위스 제네바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에서 약 637광년 거리에 있는 'WASP-76b' 행성에서 글로리 현상(Glory)을 관측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천문학과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에 게재됐다.
WASP-76b는 물고기자리에 있는 행성으로, 2013년 처음 발견됐다. 우주방사선에 의해 부풀어 올랐으며, 목성보다 질량은 10% 작지만 크기는 2배에 달한다. 행성의 왼쪽 면은 항상 모성을 향하고 있어 지구가 태양에서 받는 것보다 4000배나 되는 복사에너지에 노출돼 온도가 2400도에 달한다.
이곳에서는 분자가 원자로 분해될 정도로 뜨거워 철과 같은 금속마저도 녹아내려 증기가 된다. 증발한 철 입자는 햇빛을 받지 않는 오른쪽 면에서 응축돼 철 구름을 만들고 철 비를 내린다. 이같은 이유로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맞닿는 부분에서 글로리 현상이 관찰됐다.
글로리 현상은 2014년 유럽우주국(ESA)의 비너스 익스프레스 탐사선에 의해 처음 관측됐다. 금성 상공 6000㎞에서 1200㎞에 걸쳐 포착됐다.
글로리 현상은 특정한 조건에서만 나타나기 때문에 태양계 밖에서 관측된 적이 없다. 연구팀은 “대기 입자가 완벽하게 구형이고 크기도 균일하며 오랜 기간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이어야 한다”며 “모성이 구름 입자를 직접 비춰야 하고 망원경도 올바른 방향을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글로리 현상의 발견은 WASP-76b에 완벽한 구형의 입자로 이뤄진 구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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