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이스라엘과 이란간 갈등이 심상치 않다. 자칫 제5차 중동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커지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해 '정당한 보복'을 마쳤다”며 확전에 선을 그었지만, 이번에는 이스라엘이 즉각 재보복을 천명하고 나섰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이스라엘의 대응방식과 수위에 따라 향후 국제 유가 흐름이 결정될 전망이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등 G7 국가들이 확전을 막기 위해 총력을 펼치지만 좀처럼 긴장이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동발 위기가 확전될 경우 유가 급등과 고물가로 인한 금리인하 지연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이란이 '원유의 동맥'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고 나선다면 최악의 경우 1973년 오일쇼크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유가는 이미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연장과 멕시코의 수출 축소 등 공급 우려와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급등세였다. 글로벌 원유가격 기준이 되는 북해산 브렌트유의 경우 지난 12일 6월물 기준 92.18 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월물 기준 85.66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에만 20%가 뛰었다. 특히 이란이 중동산유국의 수출 통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경우 유가는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수출이 회복세지만 국내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최근 유가로 인해 물가가 오름세를 탄 데다 총선 때문에 미뤄 둔 숙제도 쌓여 있다. 지난해 한전의 누적적자는 40조원, 총부채는 202조원에 달했다. 당장 전기가스 요금 인상 없이 불어난 채무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다. 여기에 유가와 주요 에너지원인 LNG마저 급등한다면 한전의 적자폭은 커지고 국민 부담은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 전문가들은 중동정세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국내 변수가 아니기 때문에 예단하기 어렵다. 자칫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기 어렵다.
정부는 정부대로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위기 극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다시 여소야대 정국이 됐다. 경제위기는 첫 협치의 무대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는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하게 구별해 정책자원의 낭비를 줄여야 한다. 또 힘들어도 해야 할 일은 야당과 국회를 설득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