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휴가를 동시에 즐긴다는 의미의 '워케이션'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 위기와 함께 탄생한 신조어다.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원하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근무도 하는 새로운 근무형태를 말하는데, 팬데믹 초기 사람간 이동을 자제하는 폐쇄(격리) 기간에 재택근무가 가능한 지식 노동자들이 비좁은 아파트 대신 탁트인 여행지의 숙박업소를 이용하면서 유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세계적인 팬데믹 위기가 가라앉고 재택근무가 거의 사라진 지금은 워케이션도 지나간 유행어가 됐다. 서구권에서는 일주일에 1~2회 정도 재택근무를 유지하는 기업도 있고, 이 정도 재택근무가 보장되지 않으면 채용시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모여서 일해야 하는 속성이 강한 우리 문화권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재택근무할 바엔 그냥 휴가를 쓰라'는 목소리가 조직사회에서 더 큰 공감을 받는 실정이다.
휴가와 일이 양립하는 것 자체가 불가하다는 의견도 있다. 애매하게 일도 제대로 못하고 마음껏 쉬지도 못할거면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인데 사실 누가 휴가지에서 일하고 싶겠는가. 휴가지에서 나만 혼자 일하고 가족은 노는 상황만큼 애매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기업 입장에서는 워케이션을 휴가 촉진 정책으로 활용한다거나 정부보조금을 활용한 저렴한 휴가 프로그램으로 이해하는 비중이 더 높다. 그냥 보내기 민망하니 적당히 일도 좀 하고 오라고 한다는데 그렇게 보내진 직원 중에 제대로 일을 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지역에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앞다퉈 워케이션 공간을 구축하거나 워케이션 상품을 구성하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양한 워케이션공간을 벤치마킹하거나 협업을 논하기도 하며 지역 호텔은 비즈니스라운지를 워케이션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과 일시적인 신조어 조합이 과연 제대로 동작할거라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업종, 자유롭게 근무지를 택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 이들이 바라는 업무공간이 과연 최저가입찰 위주 공공시설이나 급조한 비즈니스 라운지가 될 수 있을까.
제대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업무시설을 지역에 마련하려면 비어있는 공공부지가 아니라 대중교통이 편하고 주변에 식당이 많은 상업지역에, 딱딱한 나무벤치 말고 몇시간씩 앉아서 일해도 피곤하지 않을 의자, 지나가는 사람이 모니터를 훔쳐보지 않아도 될 개별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수도권 공유오피스가 수익성이 없다며 진출하지 않는 지역에 일하는 사람이 찾아올 수 있게 하려면 그들이 만족할 수준의 업무공간부터 마련하는게 순서가 아닐까 싶다.
공공이 직접 잘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닌 듯 한데 건물부터 짓겠다고 예산 편성하는 일은 그만하고 지역을 살리려고 시도하는 기업과 더 적극적으로 협업하는게 지역에 진짜 좋은 사람을 오게 만들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기업에도 지역을 살린다는 마음으로 워케이션 말고 워크숍을 오라는 말을 하고 싶다. 하루 와서 술만 마시다 가지 말고 제대로 집중해서 일하러 와서 며칠씩 논쟁하고 열린 마음으로 직원 목소리도 들으면서 올해 사업계획 한번 제대로 만들어서 잘 되면 내년에 또 오시라고 대표님께 말씀드린다.
김호규 워크앤스테이 대표 albert@worknstay.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