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참패'로 총선은 끝났다. 정권 차원에서 보면 국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겼다. 어느 유력 여권 정치인의 평가처럼 국민들은 “여당의 명줄만 붙여놓은 것”이다. 무엇보다 대통령 임기 중 치른 총선은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다. 집권 여당이 받아든 성적표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낙제점 그 자체다.
민심은 정말 냉정하다. 흔히 하는 말로 민심은 권력이라는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한순간에 뒤집을 수도 있다. 2년 전 민심은 정치 경험이 전무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민심은 정권을 사실상 좌초시켰다. 윤석열 정권의 국정운영 방식과 주요 정책에 대해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준엄한 경고를 보냈다.
국민들은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을 심판했을까? 정치평론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이다. 윤 대통령은 소통을 이유로 청와대를 이전했지만, 특정 방송사의 보도를 핑계삼아 1년 넘게 기자들 앞에 서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 의결된 9건의 법률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헌정사의 기록이다.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24명의 장관급 인사를 임명해 버렸다. 이 또한 새로운 기록이다. 공영방송사를 둘러싼 언론통제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혹자는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오만하고, 소통을 거부한 대통령을 거부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윤석열 정권 출범 후 지난 2년은 대통령과 여당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지금부터 다음 대선까지 남은 대통령 임기 3년은 온전히 국민들의 시간이다. 총선 이후 국내외 언론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Dead Duck)'을 거론하는 이유다. 대통령과 여당 입장에서는 대단히 힘든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과 여당 입장은 무엇을 반성하고, 무엇부터 바꿔야 할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오만과 불통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포기하고 대화와 타협, 그리고 이를 통해 정치적 반대자들과도 협력하고 상생하는 국정운영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소위 '사회·정치적 대타협'이 국정운영 기본이 돼야 한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미디어 영역에서는 현재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방송통신위원회 구성부터 정상화시켜야 한다. 22대 국회 개원 전이라도 대통령실과 국회가 협의해 국회 몫 방통위원 추천과 임명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그래서 방통위가 법이 규정한 '합의제 원칙'에 따라서 방송과 통신 관련 사회 갈등을 해결하고, 무엇보다 국가 경쟁력의 핵심인 ICT와 미디어 미래를 준비하는데 힘을 쏟도록 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공영방송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대립을 해소해야 한다.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 이미지의 상당 부분은 공영방송 관련 갈등과 대립에서 시작됐다. 정권은 '공영방송의 개혁'을, 야당과 언론노조는 정권에 의한 '공영방송 장악 반대'를 주장하면서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제시한 노동·교육·연금의 3대 개혁도 중요하지만, 의료와 공영방송 정상화 또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국가적 현안이다.
대통령의 3대 개혁 의제이든, 의료와 공영방송 정상화든 사회 갈등 이슈를 더 이상 대통령의 독단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안된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오래된 이슈일수록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 없이 근본적인 해법 도출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대통령과 여야, 그리고 시민단체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고삼석 동국대 AI융합대학 석좌교수·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koss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