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가 미국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3개월 연속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공격적인 가격전략으로 출시 5개월 만에 미국 시장 선두에 오른 뒤 경쟁자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발간한 2분기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자사 '하드리마'가 미국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1.4%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는 연간 매출 23조원을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바이오의약품으로 꼽힌다. 2016년 특허가 만료됐지만 애브비와 바이오시밀러 업체간 합의로 2023년부터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됐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는 암제비타(암젠), 하드리마(삼성바이오에피스), 유플라이마(셀트리온), 하이리모즈(산도스) 등 9개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됐다.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을 둘러싼 바이오시밀러 각축전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초반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하드리마'는 지난해 12월 미국 시장에서 처방실적 기준 0.8% 점유율을 기록, 2위 '암젠비타'(0.7%)를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첫 월별 1위에 올랐다. 글로벌 제약사 오가논과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에 진출한 지 5개월 만이다. 올해는 지난 1월 1.2%, 2월 1.4%를 기록하며 선두 수성에 성공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치열하게 선두 경쟁을 벌이던 '암제비타'가 1월과 2월 0.9% 점유율로 제자리걸음을 기록한 반면 월평균 20% 이상 처방실적을 확대하며 선두로 치고 올라올 수 있었다.
하드리마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조기 안착이 가능했던 배경으로는 공격적인 가격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암젠, 셀트리온, 산도스 등 주요 업체들은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 안팎의 할인을 적용한 높은 도매가격(WAC)으로 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오리지널 의약품사인 애브비가 예상을 깨고 강력한 저마진 전략을 펼치면서 이들은 진입에 애를 먹었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간 가격차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애브비 전략에 대응, 휴미라 가격의 15% 수준에 제품을 출시하는 파격적인 가격정책을 꺼내 들었다. 코헤러스 '유심리'와 함께 업계 최저 수준이다. 이 전략이 초반에 먹혀들자 다른 바이오시밀러 업체들도 기존 고가 제품 외에 50~80% 수준으로 가격을 낮춘 별도 제품을 추가 출시하며 추격에 나섰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공격적인 가격전략으로 초기 처방 데이터를 대거 확보할 경우 장기적으로 시장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여기에 '상호교환성(IC)' 지위 확보 여부가 오리지널 의약품과 격차를 좁히고, 선두를 수성할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
상호교환성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처방받았더라도 약국에서 바이오시밀러로 대체 조제·처방할 수 있는 제도다. 휴미라는 약국 급여 제품인 만큼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IC 승인을 받을 경우 판매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베링거인겔하임 '실테조'가 처음 IC 자격을 획득, 1년간 독점권을 가졌는데 올해 7월 만료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상반기 내 IC 승인 심사를 완료하면, 하반기부터는 시장 공략에 날개를 달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다른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이 사보험사들과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출시한 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초기 공격적인 가격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이라며 “저가 정책과 함께 IC 지위 획득이 시장 진출 후 첫 연간 선두 기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