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주총회 시즌이 마무리 됐다. 많은 상장기업이 주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배당은 물론 다양한 주주가치 확대 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정작 주주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주총회 방식은 과거 아날로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26년까지 전자주주총회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형도 올해 초 소액주주 권리 강화를 위해 온라인 전자주주총회를 제도화하고 이사들의 사익추구 행위를 차단하겠다고 천명했다. 문제는 전자 주총 생태계가 마련되기 위해서는 상법 개정이 필수다. 즉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현재로선 상법 개정과 함께 상장사 정관 개정 등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자주총이 도입되면 주주 권리를 높이고 효율적인 주주총회 운영이 가능해진다. 시간과 공간 제약이 없어지고 3~4월에 주총이 몰려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역효과도 방지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취지에도 부합한다.
현재 예탁결제원이 전자투표, 전자위임장 서비스를 도입하고 이를 확대 중이다. 이미 2020년에 전자투표시스템(K-VOTE)를 고도화한 바 있다.
정부와 국회는 상법개정에 착수하고 유관 정관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해 법무부는 주주총회 통지·투표·회의 전반 전자화 내용을 담은 상법개정안을 추진했지만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또 한번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넘지 못하면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 또한 반쪽 시행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워런 버핏이 참여하는 헤서웨이 정기 주주총회를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매년 5월에 미국 소도시 오마하에서 열리는 주총은 열린 주주총회로 불린다. 주총 전날은 주주들을 위한 쇼핑 데이, 주총 당일 엔 피크닉, 주총 다음날에는 마라톤 대회가 이어진다. 2박3일간 축제처럼 열리는 주주총회는 그야말로 열린 주총이라 불릴만 하다.
반면 한국은 3월만 되면 700여곳이 넘는 상장기업이 특정일에 몰려서 주총을 개최한다. 소액주주를 배제해 '잡음'을 없애는 몰아치기 주총이 일반화됐다. 신임 대표까지도 주총에 참여하지 않는 폐쇄된 주총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
이제 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폐해를 막고 열린 주총으로 가는 길은 전자주주총회 플랫폼 구축이 우선 과제다.
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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