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성포 굴비로 유명한 전라남도 영광군을 전국적으로 더 유명하게 만들고 있는 지표가 있다. 바로 '합계출산율'이라는 지표로 가임연령대(15-49세)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며, 연령별 출산율을 합한 값이다. 영광군의 합계출산율은 2019년 2.54명, 2023년 1.65명으로 2023년 0.53명 수준인 서울과 비교하면 얼마나 대단한 수치인지 알 수 있다.
일부에서는 높은 합계출산율에도 영광군의 인구가 2010년 5만7362명 수준에서 2023년 5만1750명으로 다소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20·30대 젊은 인구가 많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실제로 합계출산율이 높은 지역은 대체로 인구가 매우 적은 군단위 지역이다. 하지만, 영광의 경우 출생아수가 2022년 393명(인구 5만1947명) 수준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2위인 전북 임실군(인구 2만6508명)의 125명보다 인구 대비 훨씬 많다는 점에서 여전히 도드라진다.
그렇다면 영광이 가진 비결은 무엇일까? 지역 언론은 2015년 군단위에서 찾아보기 힘든 분만가능한 산부인과를 유치하고, 공립 산후조리원을 설립한 점을 지적했다. 또 공동 보육시설 운영, 공공임대주택 공급, 결혼장려금, 임신축하금, 출산축하금, 다산가구 자녀양육비 지원(첫째 500만원, 여섯째 이상 최대 3500만원),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전세대출 이자 지원, 임산부 교통카드 지원, 무상급식 확대, 방과후 돌봄 지원 등 온갖 혜택을 망라하는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지원책도 눈에 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책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영광군이 장기간 출산율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이유는 미래를 내다보고 첨단 기업을 입주시켜 일자리를 선점한 데 있었다. 전기자동차가 신성장 분야로 떠오를 것을 예상하고 2009년부터 군내 대마면에 '대마전기자동차일반산업단지'를 구축하기 시작해 2013년에 완료한 것이다. 지금은 2단계 단지를 건설 중에 있으며 전기자동차 뿐만 아니라 소형자동차, 이륜차, 킥보드까지 포괄하는 'e모빌리티'를 미래 신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단지에서 일할 인력을 양성하고 지원하는 데도 영광군은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전국 최초로 청년발전기금 100억원을 운영하면서, 청년과 그들을 신규로 채용하는 기업에게 최대 2160만원(청년 1800만원, 기업 360만원)을 최대 3년까지 지원하고 있으며, 군내 고등학교에 e모빌리티학과를 개설해 인력까지 양성, 공급함으로써 첨단 산업 인력 생태계를 완성하고 있다.
이렇게 첨단 산업의 집중 육성으로 인구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로는 대구광역시 달성군을 들 수 있다. 달성군의 인구는 1995년 약 12만명에 불과했으나 2023년 기준 무려 26만명을 넘고, 한 해 태어나는 출생아수가 무려 1700여명에 이른다. 대구광역시에 속해있다는 후광효과를 보고있다고 의심할 수 있으나, 정작 대구광역시 인구는 2015년 251만명에서 2023년 240만명으로 감소추세다. 달성군은 국립과학기술원 중 로봇, 바이오, 정보통신 등에 특화된 DGIST와 여러 정부출연연구기관, 구지면 국가산업단지 등을 유치했고, 현풍면 일대 테크노폴리스에는 대규모 배후 주거단지를 마련하여 출산과 육아환경을 개선할 수 있었다.
이상에서 보듯 인구증가라는 목표를 달성한 달성군, 합계출산율 1위라는 영광을 누리는 영광군의 사례는 첨단 산업유치가 인구절벽 시대를 극복하는 유용한 수단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더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미래산업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첨단 기술 허브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