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며 외투를 껴 입고 출근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팔을 입은 사람이 보일 정도로 기온이 부쩍 올랐다. 무더운 출근길을 뒤로하고 사무실에 들어오면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절실해진다.
하지만 사무실이 중앙제어식 냉난방 시스템을 갖춘 빌딩에 있다면 실내 온도를 원하는 만큼 낮추기 어렵다. 흐르는 땀에 일도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이럴 때를 대비해 책상에 개인용 냉방기구를 미리 마련해둬야 한다. 사무실 책상에 둘 수 있는 냉방기구로는 어떤 제품이 있고, 어떤 기준을 잡고 구매하는 게 좋을까.
사무실 책상에 두고 쓸 만한 탁상용 선풍기의 조건은?
가장 먼저 떠오를 만한 냉방기구는 선풍기다. 사무실에서 사용하려면 책상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탁상용 선풍기를 사야 하는데, 탁상용 제품도 종류와 특징이 다양해 어떤 걸 구매해야 할지 고민되기 마련이다.
사무실 선풍기의 생명은 '조용함'에 있다. 그래서 비교적 소음이 적은 BLDC 모터가 탑재된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또한 책상이 다소 흔들려도 넘어지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세울 수 있고 높낮이나 각도 조절이 가능해야 한다. 접이식 구조를 적용해 사용하지 않을 때 서랍에 수납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좌우 회전이나 리모컨은 가만히 앉아서 일하는 경우 그다지 필요 없는 기능이다.
선풍기 크기에는 정답이 없다. 사용 환경에 맞춰 고르는 게 좋다. 날개가 클수록 더 넓은 범위에 바람을 보낼 수 있지만 부피가 크면 모니터나 다른 물건을 가리기 쉽다. 모니터 아래 놓아도 될 정도로 작은 선풍기는 공간을 적게 차지하는 대신 냉방 성능이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다.
출퇴근 때에도 사용하려고 핸디 선풍기를 구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핸디 선풍기는 책상 위에 놓고 쓰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손잡이 면적이 좁은 핸디 선풍기는 키보드를 타이핑할 때 생기는 미세한 진동에도 넘어지기 쉽다. 몇몇 제품에는 세워두고 쓸 수 있도록 거치대가 제공된다. 휴대성까지 고려해 핸디 선풍기를 구매하고자 한다면 가급적 거치대가 제공되는 제품을 고르자.
업무 공간이 좁다면 선풍기를 켰을 때 다른 사람에게 민폐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체취, 향수 냄새, 흡연자의 담배 잔향이 다른 자리까지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능한 한 사람이 없는 방향으로 선풍기를 켜되, 마땅치 않다면 탁상용 선풍기 대신 목에 거는 넥선풍기를 약하게 트는 것도 방법이다. 뒷목에 닿는 부분에 냉감 효과가 있는 펠티어 소자를 탑재한 제품은 체온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차가운 바람 보내는 냉풍기, 선풍기와 비교하면
선풍기 바람조차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로 날씨가 덥다면 냉풍기도 고려해 볼 만하다. 바람을 불어 체온을 낮춘다는 점은 선풍기와 비슷하지만 바람이 통하는 경로를 물·얼음·아이스팩 같은 냉매로 차게 식힌다는 점이 다르다.
단, 냉풍기의 냉방 효율은 에어컨보다 낮다. 시원하다 못해 차가울 것 같은 이름과 달리 실제로는 선풍기보다 약간 시원한 바람을 보낼 뿐이다. 바람이 물이나 아이스팩을 지나면서 온도가 2~4도가량 낮아지는 정도다.
더운 날씨에는 선풍기보다 효과적인 제품이지만, 냉풍기는 장마철에 사용하기 곤란하다는 단점이 있다. 바람이 물을 통과하면서 습기를 머금어 실내 습도를 빠르게 올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냉풍기에 가습 기능까지 탑재했다고 홍보하는 제품도 종종 보인다.
하지만 기본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는 냉풍기가 오히려 불쾌지수를 높일 우려가 있다. 물을 넣지 않아도 동작하는 냉풍기를 고르면 여름철 내내 사용할 수 있다. 습도가 낮은 날에는 물을 채워 냉방 효율을 높이고 비가 오는 날엔 물 없이 선풍기처럼 사용하는 식이다.
세균·곰팡이 온상 되기 쉬운 냉풍기 관리 철저해야
선풍기나 냉풍기를 사용할 땐 위생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선풍기는 날개와 그릴에 먼지나 이물질이 붙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마른 천으로 닦아야 한다. 냉풍기도 기본적인 관리 방법은 동일하나, 사용 후 물통에 습기가 남지 않도록 잘 말리는 게 중요하다. 습기가 남은 상태로 주말을 보내거나 장기간 방치하면 세균이나 곰팡이가 번식하기 쉽다.
테크플러스 이병찬 기자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