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두바이 사막에 때아닌 물난리…원인 '알쏭달쏭'

아랍에미리트에 내린 폭우로 낙타가 떠내려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 확산되고 있다. 사진=엑스 갈무리
아랍에미리트에 내린 폭우로 낙타가 떠내려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 확산되고 있다. 사진=엑스 갈무리

사막 기후인 중동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이번 기상재난이 인공 강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폭우가 인공 강우 탓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했지만, 인공 강우를 불러오는 '구름 씨앗'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은 UAE 국영 WAM 통신을 인용해 24시간 동안 두바이 국제공항에 142mm 이상의 비가 내렸다고 전했다. 이 지역 연 평균 강수량이 94.7mm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만에 1년 반 동안 내릴 비가 쏟아진 것이다.

오만과 인접한 국경 지역 알아인에서는 24시간도 되지 않아 254mm의 기록적인 강우량이 쏟아졌다. 연 평균 강우량의 두 배가 넘는 역대 최고치다.

두바이에 이처럼 많은 비가 내린 것은 원유가 발견되기 전, 1949년 데이터 수집이 시작된 이래로 처음이다. WAM은 이날의 비를 “사상 초유의 기상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아랍에미리트에 내린 폭우로 도시가 물에 잠긴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 확산되고 있다. 사진=엑스 갈무리
아랍에미리트에 내린 폭우로 도시가 물에 잠긴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 확산되고 있다. 사진=엑스 갈무리

인근 국가 바레인,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에도 폭우가 쏟아졌지만 UAE는 유독 나라 전체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UAE가 인공 강우를 유발하기 위해 자주 수행하는 '구름 씨뿌리기' 탓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구름 씨앗을 이용해 날씨를 조절하는 기술은 1940년대 발견됐다. 당시 글로벌 인프라기업 '제너럴 일렉트릭' 연구진은 일부 조건에서는 영하 10도~영하 5도 사이로 냉각된 물이 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충분히 냉각됐음에도 결정이 생기지 않은 것은 주변에 얼음 결정을 형성할 '핵'이 없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연구진들은 수증기에 '아이오딘화은'(요오드화은)을 첨가하자 얼음 결정이 즉시 형성되는 것을 발견됐다.

비행기로 구름에 아이오딘화은(구름 씨앗)을 뿌리면 핵이 생기고 수증기를 응축시켜 물방울이 땅으로 떨어질 만큼 무거워진다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덥고 건조한 지역 중 하나인 UAE는 식수 공급을 늘리기 위해 1990년대부터 '구름 씨앗'을 사용해 연간 강우량을 평균 5~15% 늘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폭우의 원인으로 구름 씨앗이 꼽힌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폭우가 구름 씨앗과는 무관하다고 봤다. UAE는 연간 6~7회 구름 씨앗을 뿌리는데 인공 강우량은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처럼 과한 비를 몰고 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UAE 기상청은 로이터 통신에 “이번 폭우 전 영향을 미쳤을 '구름 씨앗 뿌리기' 작업이 없다”고 전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전 선임 연구원이었던 라이언 모우에 기상학자도 “구름씨앗 문제가 아니라고 거의 확신할 수 있다. 만약 이 때문이라면 이 지역에는 항상 비가 내릴 수 있어야 한다”며 “이처럼 희박한 수증기 속에서 한 번에 160mm의 물폭탄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극단적인 폭우가 인간이 만들어낸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즉 인재(人災)라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기후학자 마이클 만 교수는 두바이 지역의 저기압대 4개가 열차처럼 줄지어 제트 기류를 따라 이동했으며 이런 대기천의 이동이 페르샤만까지 이어져 이번 폭우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때문에 기상예보로도 예상이 어려웠다고 본다.

한편, 예상 못한 폭우가 쏟아지면서 배수 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은 중동 국가는 큰 피해를 입었다. UAE에서는 70대 노인 1명이 숨졌으며, 폭우가 3일 간 이어진 오만에서는 어린이를 포함해 19명이 사망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