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40대 한 여성이 이미 사망한 삼촌의 명의로 대출을 받기 위해 시신을 휠체어에 태워 은행에 데려가는 엽기 행각을 벌였다.
17일(현지시간) 브라질 매체 G1 등에 따르면, 에리카 데 소자 비에이라 누네스(42)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방구 지역의 한 은행에서 삼촌 명의로 1만 7000헤알(약 450만원)을 대출받으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날 은행 대출 상담 테이블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카메라에는 누네스의 범행이 고스란히 촬영됐다.
그는 휠체어에 앉아있는 삼촌 파울루 로베르루 브라가(68)를 향해 “삼촌, 듣고 있어요?”, “서명을 해야 해요”, “서명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어요”, “내가 대신 서명할 수는 없어요. 골치 아픈 일이 없도록 꼭 서명해주세요”라고 말한다. 문제는 브라가가 전혀 미동이 없었다는 것이다.
누네스는 축 처진 채 앉아있는 브라가의 머리가 뒤로 넘어가자 목덜미를 잡고 몇 차례 말을 걸더니, 자신이 서명하려고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 직원이 브라가가 아픈 상태로 판단해 응급의료지원서비스에 신고 전화를 넣으면서 누네스의 범행이 들통났다.
시신 부검 결과 브라가는 은행에 도착하기 약 2시간 전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에 오는 사이 죽은 것이 아니라 누네스가 당초 브라가의 사망 사실을 알고도 은행에 시신을 데려갔다는 것이다.
다만 누네스의 변호인은 “에리카가 파울루를 데리고 은행에 도착했을 때만해도 파울루는 살아있었다”며 “에리카는 보살핌이 필요한 딸이 있는 평범한 여성이다. 항상 파울루를 보살폈다.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다. 우리는 에리카를 믿는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은 사기 및 시체 오욕을 통한 절도 미수 혐의를 적용해 누네스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현지 매체 우 글로부(O GLOBO)에 따르면, 누네스는 이미 2013년부터 2021년까지 브라가의 간병인을 자처하면서 보조금 3만 헤알(약 790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