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국민통합위원회의 '포용금융' 토론회를 계기로 소상공인·취약계층을 위한 포용금융 방안이 재차 관심을 끌고 있다. 소상공인을 포함한 자영업자는 우리나라 취업자의 20~25%로, 이들의 제도권 금융으로부터의 금융 소외는 국민통합 장애의 대표적 요인 중 하나다. 그동안 이익을 많이 낸 은행 등을 중심으로 이들에 대한 대출 확대와 금리인하를 추진했지만, 결과는 2023년 말 기준 소상공인 등의 부실 채권(27.4조원)이 1년 만에 49.7%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속적인 포용금융을 위해선 '이익의 사회 환원'이 아닌 포용금융을 수익모델로 하는 금융서비스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어떤 방안들이 가능하고 실효성이 있을까. 토론회에선 인뱅(인터넷 전문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설립과 핀테크 활용방안을 다뤘다.
우선, 업계에선 현실성이 가장 높은 방안으로 소상공인을 위한 인뱅 설립을 생각하는 것 같다. 국민통합위 산하 '소상공인 자생력 높이기' 특위가 소상공인의 대출 경로 확대와 소상공인 신용평가체계 개선을 위해 소상공인 전용 제4의 인뱅 설립을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소상공인 대출에 대한 가점제도가 마련된다면 인뱅의 특성상 금융 접근성이 좋고 디지털 혁신도 가능한 만큼, 해볼 만하다는 의견인 듯하다. 현재 핀테크와 은행 등을 중심으로 유뱅크, KCD뱅크, 더존뱅크, 소소뱅크 등 4개 컨소시엄이 준비하고 있다.
하긴 인뱅은 기존 은행 대비 가성비가 좋은데다, 과거 카카오뱅크의 성공체험이 있어서인지 업계나 정책당국도 비교적 긍정적인 시각인 듯하다.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인뱅은 역시 은행이다. 은행인 이상 자기자본비율 (BIS비율)에서 자유롭지 않은 데다, 은행 중심의 간접대출상품 위주여서 다양한 상품설계도 제약이 있다.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 대출이 2023년 말 984.7조 원(추정)으로 코로나19 이전 대비 43.8%나 급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1~2개의 인뱅만으론 지속적 포용금융은 충분치 않다는 의견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개인적으로 지금이야말로 핀테크의 다양하고도 과감한 활용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왜냐면 핀테크는 본질적으로 포용금융이기 때문이다. 시간·공간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데다, 인건비와 공간 비용 절감으로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고, 기존 평가와 달리 SNS 등 비재무적 데이터를 통한 대안 신용평가로 대출 및 투자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특히 P2P의 적극적 활용을 권하고 싶다. P2P는 활용하기에 따라 소상공인을 위한 최적의 포용금융상품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대출이란 점에서 인뱅과 유사하지만, 은행 대출과 달리 직접금융인 만큼 다양화와 경쟁 효과가 있는 데다, 자금수요자와 공급자의 니즈를 반영한 유연한 상품설계도 가능하다. 직접금융의 기동성을 활용하면 소상공인 대출의 부실률을 낮출 수 있는 다양한 대안 데이터(예 : 리뷰평가, 예약률, 배달 라이더 등)를 보다 빨리 구축,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부실 논란에 빠지기도 했지만, 차별화된 기업들이 나오고 있고, 업계 전체적으로 소상공인 대안 빅데이터도 나름 구축했다는 평가다. 우수 대부업체에 대해 시행하고 있는 '저금리 대출자금조달 방안'을 우수 P2P업체에도 적용한다든지, 보증보험 등을 활용한 대출 허용, 소상공인 대출을 유동화해서 자금조달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는 '소상공인 MBS시장' 조성 등을 고려할 만하다는 생각이다.
소공인과 벤처기업의 경우엔 크라우드펀딩 활성화를 적극 고려했으면 한다. 크라우드펀딩은 소액이지만, 투자자가 워낙 많아 자금조달뿐 아니라 홍보와 매출 증가 등 3종 효과가 있다. 벤처가 흔히 겪는 '죽음의 계곡 (Death Valley)'을 완화할 수 있단 얘기다. 벤처·중소기업의 토큰 증권 투자플랫폼으로 활용해도 포용금융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소상공인 문제는 포용금융만으로 해결하긴 어렵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소상공인의 매출 증가 등 수익모델을 향상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예컨대 '소상공인 성장 사다리' 제도 도입과 함께 소상공인 고유의 신용평가시스템(비재무 대안 평가가 핵심)을 구축, 활용하기를 제안한다. 소상공인들의 노력·분투로 등급이 상향되면, 대출금리 인하, 명인·달인(소상인), 장인(소공인) 자격의 부여, 국내외 관광객에 대한 홍보 지원 등 성장 촉진책 제공으로 매출·수익 증가가 더욱 강화되는 방안이다. 궁극적으론 이를 통해 포용금융과도 선순환 효과로 연결되기를 기대해본다.
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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