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에서 차로 40여분 거리의 성남시 상대원동에는 국내 최대 규모 한약 통합조제시설인 '자생메디바이오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 센터는 원재료 분석·검증부터 조제,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구현해 한의약 혁신 메카로 불린다.
자생메디바이오센터는 지하 1층에서 지상 4층까지 총 7000평 규모로 지어졌다. 건물 내부에 들어서자 어릴 때 집에서 한약을 달일 때 나던 냄새가 은은하게 느껴진다. 일반적인 의약품 제조공장에서 맡았던 화학물 냄새와 달리 거부감이 없었다.
가장 먼저 찾은 지하 1층 '수처리시설'은 한약의 근본인 '물'을 다루는 곳이다. 한약재를 세척하거나 조제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물은 모두 이 곳에서 역삼투압, 전기탈이온방식(EDI) 등으로 정수한 정제수만 사용한다. 센터에서 사용하는 물만 하루 10톤에 달한다.
한층 올라가면 한약 품질 검사 시설이 있다. 센터에서 조제한 한약과 약침은 물론 정제수까지 안정성, 유효성을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고속액체크로마토그래피 분석기 등으로 유효성분 함량을 확인하고,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미립자까지 자동 분석해 안전성을 확인한다.
2층으로 올라가니 익숙한 한약 냄새가 한층 강해졌다. 여기엔 실제 한약이 달여지는 한약 조제 시설이 있다. 자생한방병원의 상징과 같은 청파전, 신바로약침, 육공단 등도 모두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조제실 내 컴퓨터에선 수도권 12곳의 자생한방병원에서 보낸 처방전이 쉴새 없이 출력되고 있었다. 10여 명의 한약사들은 실시간으로 처방전을 확인 후 곧바로 500개에 가까운 한약재를 조합해 한약을 만들기 시작한다.
여기서 만든 약재는 곧바로 바로 옆에 있는 탕전실로 옮겨 달인다. 촘촘히 비치된 총 72대의 무압력식 탕전기는 최적 시간, 온도, 압력 등을 자동 설정해 표준화된 조제를 구현했다. 하루에 만들어지는 한약만 450~500명분에 달한다. 특히 당일 처방, 제조 후 익일 배송까지 실현하면서 환자 중심 의료 서비스 혁신까지 완성했다.
김경동 자생메디바이오센터 탕전실장은 “최상의 한약재와 표준화된 탕전 시스템 외에도 만들어진 한약을 배관을 통해 자동으로 옮겨 스파우트 용기에 포장하는 시스템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했다”면서 “완성된 한약은 직원 수작업은 물론 QR코드를 통한 이력관리를 실시하며, 마지막으로 3시간 동안 고온·고압 열탕 소독까지 진행 후 최종 고객에게 배송한다”고 말했다.
3층에는 자생메디바이오센터 심장부에 해당하는 한약재 품질관리 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 만드는 한약에 들어가는 모든 원재료를 분석·검증한다.
실제 자생한방병원은 센터를 지으면서 품질관리에 가장 신경썼다. 농약, 중금속 등 한약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안정성 이슈를 완전히 해소하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센터는 정부의 한약재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hGMP) 인증 기준을 넘어 일반적인 의약품 GMP 기준까지 충족한다.
한약재 품질관리 시설 핵심인 실험실에는 사전 품질검사부터 입고, 출고검사까지 최소 9회 이상 시험을 까다롭게 하고 있다. 중금속, 잔류 농약, 순도 시험, 성분 확인 시험 등이 대표적이다. 일반 장비로는 검출이 어려운 농약 등을 검출하기 위한 고가 질량분석기(LC-MSMS)도 2대나 도입했다. 이 장비는 대당 2억원이 훌쩍 넘어 대규모 연구소 조차 없는 곳이 많다.
홍지연 자생메디바이오센터 연구소장은 “평균적으로 약재 1개당 최소 120~130개 검사가 이뤄질 정도로 철저한 원재료 관리를 하고 있다”면서 “한의약 과학화는 약효뿐 아니라 안전성까지 데이터로 검증하는 게 핵심인 만큼 품질관리, 유효성 확인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