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국내에서 부담해야할 망 이용대가 추산액이 약 2000억원 규모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내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타 사업자의 매출액 대비 망사용료 비율을 적용한 액수다.
양승희 세종대학교 교수는 최근 열린 한국방송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사업자 간 트래픽 발생량과 매출액 대비 망 이용대가를 따져봤을때 구글의 적정 망 이용대가는 추정매출의 2%인 약 20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인 구글은 국내 망에 무임승차하고 있다. 유튜브 등으로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지만 망을 제공하는 국내 인터넷서비스공급자(ISP)에게는 망사용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구글의 트래픽 발생 비중은 28.6%로 국내 전체 트래픽 사용량이 가장 많다. 양 교수는 인터넷전용회선 시장 규모를 토대로 구글 트래픽 비중을 고려했을 때 적정 망 이용대가가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재무관리학회가 밝힌 구글코리아 추정매출 10조5000억원에 2.1%에 해당하는 수치다.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3652억원이라고 공시했다. 하지만 이는 주요 수입원인 앱마켓 수수료, 광고 수익이 싱가포르 소재 아시아·태평양 법인 매출로 인식된 영향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 매출에서 망 사용료가 차지하는 비중을 구글에 적용했을 경우, 구글이 내야할 망 이용대가는 1995억원을 넘는다. 트래픽 점유율 1%대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해마다 700억~1000억원 수준의 망 사용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망 이용대가가 과도하게 높다는 주장도 사실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CP와 ISP를 중계하는 글로벌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자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서비스 요금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권역에서 동일하게 책정됐다. 북미, 호주 등 다른 지역 대비 특별하게 높은 수준도 아니다.
양 교수는 “이번에 추산한 망 이용대가는 글로벌 CP 매출과 영업이익 대비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다”며 “구글의 망 사용료 분담이 콘텐츠 이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시장구조 및 산업 경쟁도, 수익성과 정부 규제 환경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구글이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려 한다면 요금 인상과 수익 분배 비율 감소 등으로 이용자에게 망 대가 부담을 전가할 수 있지만, 시장구조가 완전경쟁 형태로 변화한다면 구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양 교수는 “정부와 유관기관은 망 이용대가와 관련해 사업자 간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부담 주체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통해 적절한 분쟁 해결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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