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원위 “‘밴드의 시대’에 일조 뿌듯…기타는 우리가 최고”

사진=RB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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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밴드의 시대다.

2000년대 이후 밴드 신의 급격한 몰락 이후, 오랜 침체기를 겪었던 밴드 음악이 최근 크게 부상하며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크게 히트하거나 주목을 받은 밴드가 등장해 ‘밴드의 부활’, ‘록의 시대의 재림’을 외친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는 개별적인 인기에 그쳤을 뿐, 음악 시장 전체로 봤을 때 밴드와 록 장르가 부활했다고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당장 음원 차트를 봐도 데이식스와 너드커넥션, 잔나비 등의 곡이 TOP100을 지키고 있으며,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하는 QWER 역시 엄연히 밴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최근 많은 K팝 아이돌 역시 EDM이나 힙합, 팝, 댄스 사운드를 벗어나 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는 음악을 선보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례로 최근 큰 인기를 얻은 TWS(투어스)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역시 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온앤오프가 발표한 ‘Bye My Monster’(바이 마이 몬스터)도 마찬가지다.

특히 투모로우바이투게더나 최예나와 같은 아티스트는 그냥 ‘록 음악을 한다’라고 말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음악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로 데뷔하는 밴드나 기존 밴드 중 다시 조명을 받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원위(용훈: 보컬, 강현: 기타, 하린: 드럼, 동명: 키보드, 기욱: 베이스) 역시 그런 밴드 중 하나로, 2019년 5월 정식 데뷔 이래 꾸준한 음악 작업과 라이브로 그 내공을 탄탄하게 다져왔다.

또한 군복무를 마치고 합류한 용훈, 강현과 함께 오랜만의 완전체로 발표한 ‘Planet Nine : ISOTROPY’(플래닛 나인 : 아이소트로피)에서는 한 단계 더 성장한 음악성과 사운드를 들려주며 ‘밴드의 시대’을 이끌어나갈 주역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염원하던 ‘밴드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 원위의 목표와 생각을 들어보았다.

Q. 오랜만에 완전체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먼저 인사를 부탁드려요.

용훈: 너무 홀가분하고, 1년 3개월 만에 다 같이 완전체라 너무 설레네요. 처음 데뷔했을 때 그 마음으로 이를 갈고 이번 앨범도 준비했죠.

강현: 저는 군악대를 가서 군대에서도 기타를 놓지 않았어요. 오히려 연습을 군대에 가기 전보다 (군 복무를 하며) 훨씬 더 많이 한 것 같아요. 연습하면서 ‘실력을 더 키워서 빨리 공연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어요. 전역하고 멤버들을 보니까 더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개인적으로 멘탈도 강해지고, 기분 좋게 활동을 시작했어요.

동명: 저희가 만난 지 10년이 됐어요. 그 기간 떨어져 지낸 적이 없다 보니,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게 느껴지더라고요. 그 사이에 기욱이도 그렇고, 각자 솔로로 활동도 했는데, 원위를 계속하고 싶었어요. 솔로 활동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는데, 이것을 해소할 수 있어서 너무 설렜어요. 준비한 걸 보여줄 수 있는 시기가 된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지금을) 즐기고 있어요.

기욱: 형들이 군 복무를 하는 동안 솔로 활동을 했는데, 그러면서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그리고 약간 외로움도 느꼈고, 형들의 빈자리가 컸다는 걸 실감했어요. 얼른 완전체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하린: 개인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았는데, 오랫동안 익숙했던 것이 떠나가기 시작하면서 그 공간을 채우지 못했던 것 같아요. (용훈과 강현이 떠나 있는) 그 순간을 버티기 힘들었는데, 막상 그 자리가 채워지니까 왠지 어색하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하고…. 너무 설레는 느낌을 받았어요. 멤버들이 돈독해지고 그런 걸 넘어서 삶의 일부분이 된 것 같아요. ‘이제야 하나의 원이 됐다.’ 그런 느낌이에요.

Q. 그럼, 우선은 새 앨범이 나왔으니 타이틀곡 ‘추억의 소각장’부터 소개를 부탁드려요.

용훈: 일단 이지리스닝을 생각했어요. 화려하고 테크닉적인 부분이 돋보이는 곡은 수록곡으로 대체했어요. 이번 앨범은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곡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어요. 멤버들에게도 일부러 후렴구를 딱 한 번만 들려주고 따라 해보라고 시켜보기도 했어요. 다들 곧잘 따라 하길래 속으로 ‘아, 됐다’라고 생각했죠.

타이틀곡을 선정하는 과정이 정말 까다로웠는데, 후보곡 세 곡 중에서 회사 전 직원이 투표 아닌 투표로 선정된 게 이 ‘추억의 소각장’이었어요. 이 곡은 가사를 열 번 이상 바꾼 곡이었어요. 한두 글자를 수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내용을 갈아엎는 수준으로요. 중간에 포기할까도 생각했는데 끝까지 붙잡고 나온 곡이 이 ‘추억의 소각장’이었어요.

음악적으로는 비트는 조금 있는데, 멜로디와 가사는 조금 슬프게 가려고 했어요. 비트가 설레기 때문에 멜로디와 가사가 더 서정적으로 느껴지도록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원위표 J팝’ 느낌이에요.

강현: 저도 처음 들었을 때 원위의 색이 짙게 느껴 난 곡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용훈이 형이 ‘J팝스럽게 해보라’라는 오더를 굉장히 많이 내렸어요. (웃음)

Q. ‘J팝스럽다’의 의미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나요?

용훈: 사실 멤버들에게 조금 미안한 오더였어요. ‘뭔지는 몰라도 네가 좋아하는 J팝을 듣고 그런 느낌으로 쳐 봐!’라는 주문을 했거든요. 슬픈데 벅차오르는 그런 부분이 많다고 느꼈어요. 그런 걸 추상적으로 이야기했는데, 찰떡같이 알아 들어서 고마울 따름이죠.

강현: 편곡적으로 보면, J팝은 기타라인이나 베이스라인이 자주 바뀌고, 움직이는 느낌이 있어요. 그런 부분을 살리면 들을 때 재미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기타라인도 멜로디 컬하게 짜고, 솔로도 따라 하기 쉽게 신경을 많이 썼어요.

하린: 원래 기악 담당하는 친구들이 J밴드 노래를 되게 좋아했어요. 그래서 용훈이 형이 어떤 느낌을 원하는지 얼추 알겠더라고요. 우리 스타일도 있으면서 J팝스러운 소리가 더해지면 하나의 스토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Q. 그럼 좋아하는 J팝 밴드가 누구인지 알려줄 수 있나요?

강현: 일단 킹누(King gnu)를 굉장히 좋아하고요. 원오크락(ONE OK ROCK), 오피셜히게단디즘(Official髭男dism)도 좋아해서 콘서트도 갔었어요. 그리고 아이묭(Aimyon), 에메(Aimer), 미세스 그린애플(Mrs. GREEN APPLE)도 많이 들어요.

(※여담으로 강현은 지난 20일, 21일 열린 킹누의 내한공연 티켓 예매를 성공했으나, 갑자기 스케줄이 생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취소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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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럼 앨범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 인가요?

기욱: 저는 60% 정도예요. 이번 앨범은 감을 되찾는 앨범이라 생각해서, 만족을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지금도 훌륭하지만 다들 더 잘할 수 있는 형이란 걸 알고 있어서 더 그래요.

용훈: 어? 지금 앨범은 아쉬워?

기욱: 네.

용훈: 저는 아닙니다! 저는 100점입니다! (웃음)

동명: 저도 사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앨범이에요. 제 개인적으로 왠지 부끄러워서 제가 만든 음악을 많이 못 듣는데, 이번 앨범은 계속 듣게 돼서 그래요.

Q. 그렇다면 실력 향상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용훈: 밴드는 콘서트를 할 때 종종 백 사운드를 깔기도 하는데, 요즘에는 그런 백 사운드가 없이 우리 사운드만으로 소리가 꽉 찬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그때 ‘아! 우리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강현: 사실 제 생각엔 사운드가 달라진 것도 크다고 봐요. 멤버들 장비가 다 한 단계 성장했거든요. (웃음) 저도 군 적금을 털어서 기타도 바꾸고, 이펙터도 바꿨어요. 말년휴가 때 기타 두 대를 새로 샀죠.

Q. 혹시 어떤 기타를 구매 했는지 물어도 될까요?

강현: 한 대는 톰 앤더슨(Tom Anderson, 미국의 기타제조사)을 구매했고, 또 한 대는 완전히 락, 메탈 장르에서 많이 쓰는 마요네즈(Mayones, 폴란드의 기타제조사) 기타를 구매했어요.

Q. 최근 ‘밴드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이 나오잖아요. 원위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동명: ‘밴드의 시대’라는 말 자체가 너무 감사하죠. 멀리도 아니고 우리가 데뷔할 때인 19년도만 해도 ‘밴드 음악은 메이저가 아니다’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어요.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는 걸 우리도 많이 체감하고 있어요. 밴드라는 장르도 이제 메이저라는 생각도 들고요. ‘K팝’이라고 하면 다들 아이돌을 1번으로 떠올렸는데, 이제 밴드도 메이저로 올라온 것 같아요.

우리도 메이저로 올리는 데에 같이 일조했죠. (웃음) 밴드의 매력은 이런 것이라고 더 확실하게 알려드리고 싶어요.

Q. 사실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 신시사이저 등으로 구성된 정통 밴드가 메이저하게 인기를 얻는 경우는 손에 꼽는 것 같아요. 대신에 K팝 그룹이 ‘밴드 같은 음악’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고요. 예를 들어 투모로우바이투게더나 최예나의 음악은 사실상 그냥 록이잖아요?

용훈: 맞아요. 밴드는 아니지만 사운드가 밴드인 느낌이죠. 그런데 사람들이 그런 음악을 많이 들으면서, 귀에 익숙해지는 것도 있어요. 그러면서 밴드 음악도 다른 부류의 음악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 같고요. K팝 그룹이 밴드 음악을 사랑해 주면 오히려 더 다행이라 생각해요. 그만큼 사람들도 친숙해 질 수 있으니까요.

하린: 주변 지인들을 보면 생각보다 더 많은 분들이 밴드 노래를 좋아하더라고요. 좀 뿌듯한 것도 있어요. 길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할까? 점점 길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제일 크게 와 닿았던 건 인식이에요. 10년 전만 해도 지인들에게 밴드를 한다면 ‘멋있겠다’라고 하면서도 ‘그런데 그게 끝까지 갈 수 있어?’라는 느낌이었어요. 지금에는 밴드가 멋있기도 하고, 금전적으로도 눈치를 안 보는 것 같아요.

동명: 맞아요. 집안에서 입지도 높아졌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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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혹시 밴드로서 꼭 서 보고 싶은 무대가 있나요?

용훈: 저는 일단 MAMA 무대에 서보고 싶어요. 저희가 시상식 무대를 해본 적이 없는데, 나가서 정말 밴드 음악으로 라이브를 하고 싶어요.

Q. 그럼 밴드로서 원위의 장점을 말해본다면요?

용훈: 멤버들이 모두 곡을 쓰는데, 장르가 다 달라요. 그래서 듣는 재미가 있어요. 앨범 전체를 다 들어보면 무슨 말인지 아실 거예요.

기욱: 그리고 가사에 문학적인 부분이 많아요. 그런 점도 차별점인 것 같고, 연주도 기깔나게 해요. (강현의) 기타 솔로 들어보면 진짜 장난 없어요. 그게 우리 자랑이라고 생각해요.

강현: 지금 발언은 좀 거만해 보일 수도 있는데…. 솔직히 기타는 제가 최고 같아요. (웃음)

Q. 조금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밴드 중에는 단 한 곡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원히트원더(One Hit Wonder)도 많고, 반대로 어느 정도 팬도 있고 평단의 평도 좋지만, 대중적인 흥행의 측면에서는 1위와 거리가 있는 밴드도 있어요. 만약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면 원위는 어느 쪽을 택할 것 같나요?

용훈: 아…. 이거 너무 어려운데요? 그래도 만약에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저는 그래도 소소하게 갈 것 같아요.

동명: 저도 그런 히트곡은 갖고 싶긴 하지만…. 그래도 소소하게 갈 것 같아요.

강현: 사실 저희가 항상 하는 이야기가 ‘히트곡 하나만 생기면 다른 곡도 다 같이 올라갈 거다’예요. 지금까지 발표한 곡 모두 항상 심혈을 기울여서 작업을 했기 때문에 자신하고 있어요. 히트곡 하나만 나오면 나머지 곡도 자연스럽게 다 올라오지 않을까 싶어요.

Q. 이제 마지막 질문이에요. 원위를 장르적으로 규정하면 어떤 장르에 가까울까요?

용훈: 사실 저희가 ‘우리는 이런 장르’라고 말한 적이 없어요. 대신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곡을 쓰자’라고 이야기했을 뿐이에요.

강현: 저희를 특정할 수 있는 장르는 없다고 생각해요. 대신에 각 곡마다 주제는 확실해요. 딱 제목만 봐도 신기하게 느껴질 그런 재미난 내용이 많아요.

동명: 처음 누군가의 곡을 들으면 ‘누구 노래 같다’라고 말을 많이 하잖아요. 저희도 다른 사람의 곡을 설명할 때 ‘원위 음악 같다’라는 말이 나오게 하는 게 목표예요.

용훈: 그러니까…. 원위가 곧 장르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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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