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위한 제도가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파두 사태' 이후 기술특례상장 심사 문턱이 높아지며 플랫폼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이 방향성을 잃은 것 같다는 막막함이 주류다.
지난해 8월 기술특례로 상장한 파두는 거래 개시 이후 주가가 급격히 떨어졌다. 상장 직전 제출한 연 매출 추정치는 1200억원 가량이었으나 2분기와 3분기 매출을 합친 금액이 4억원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뻥튀기 상장'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은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했고,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도 실시했다.
이후 기술특례상장 심사는 알게 모르게 보수적으로 변했다. 자비스앤빌런즈는 세무 혁신 플랫폼 '삼쩜삼'의 운영사로 지난해 8월부터 상장 준비를 본격화했다. IPO 기대주로 주목받았으나 올해 초 시장위원회에서 고배를 마셨다.
날씨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인 케이웨더도 까다로워진 심사로 인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으며 공모 일정이 지연된 바 있다.
플랫폼 업계는 가뜩이나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기술특례까지 심사가 보수적으로 반복될 경우, 혁신 서비스가 성장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또 투자가 메말라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새로운 것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술특례상장은 한국거래소가 정한 코스닥시장 상장에 필요한 형식적 심사 요건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의 성장성을 고려해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였다. 일부 부작용에 대한 보완 및 안전 장치는 꼭 필요하다. 동시에 단기 수익보다는 '잠재력'을 핵심 평가 요소로 보는 본연의 취지도 잘 살려 나가야 한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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