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C커머스 공세가 계속되면서 연초부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정부가 넉 달이 지나도록 실태조사와 피해조사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부는 C커머스의 불법·저가 교란으로부터 국내 유통산업 질서를 유지하고 소비자 피해를 막겠다는 기조다. 하지만 업계는 정작 대응이 가능한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변죽만 울리고 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직구 규모가 지난해 두 배 늘었는데, 올해는 더욱 공세가 강화되고 있는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알리와 테무의 합산 사용자 수는 지난 3월 기준 1700만명을 넘어서면서 쿠팡에 이어 국내 이커머스 2, 3위에 올랐다.
정부는 일단 C커머스 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선 모양새다. 지난달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는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알리, 테무 등 C커머스의 국내 영향을 심층 분석하기 위한 e커머스 실태조사 설계를 다음달 말까지 진행한다. 또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에 대한 현장조사를 시행한데 이어 테무를 상대로 서면조사에 착수했다. 소비자 보호 의무 이행 여부와 가품 판매, 거짓·과장광고 등을 광범위하게 살펴본다. 이와 함께 주요 C커머스 사업자를 상대로 경쟁사 현황, 서비스 유형·유통경로별 매출 현황, 고객·판매 파트너사 현황, 다른 유통경로로 전환·이동에 부과되는 제약조건·비용 등을 실태조사한다.
특히 C커머스를 상대로 국내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해 소비자 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자상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5월 7일까지 입법예고했다. 국내 주소 및 영업소가 없는 해외 사업자라 하더라도 매출액, 이용자 수 등 일정 기준을 넘는 경우 소비자 보호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국내대리인을 지정토록 의무화했다.
국무조정실은 공정위 실태조사에 앞서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위, 관세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해외직구 종합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범정부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해외직구 실태를 면밀히 파악해 △위해물품 반입 차단 등 안전관리 강화 △소비자 불만·불편 사항 해소 △관련 업계 애로 해소 등 대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한다. 정부는 한국 소비자들의 개인정보 제공 문제에 대해서도 '올 상반기에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실효성과 속도다. 현행법 상 C커머스를 규제할 방법이 뚜렷이 없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으려면 관련 법을 바꿔야 한다. 작금의 속도라면 빨라야 상반기 중 정부의 종합대책 초안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법 개정 등의 과정 감안하면 내년에야 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는 와중에 국내 기업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C커머스와 불리한 경쟁을 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관세와 부가세, 안전인증 등 규제에서 빗겨나 있는 C커머스 저가 공세에 계속 시달리며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계는 이미 C커머스 공세를 견디기 힘겨울 정도인데, 정부가 구체적인 조치 없이 간담회만 하는 것은 다소 한가해 보인다”며 “단지 업계에 '중국 잠식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제스처만 취하는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당장 C커머스에 의한 소비자 피해를 보상하는 조치라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지혜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미 국내 전자상거래법이나 플랫폼 규제 등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이를 C커머스에도 차별없이 적용하고 소비자 피해 발생시 즉시 조치할 수 있는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라며 “소비자가 C커머스를 통한 짝퉁, 건강 등 피해가 발생하면 이를 즉시 보상해주고, 제품을 공급한 입점업체에 대신 피해보상을 받아주는 '제3의 기관'을 만드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