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안녕하세요. 어제 의논드렸던 내용 미팅 가능 하실까요?” 출근하면서 메시지를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신이 왔다. “회장님과 의논해 보셨나요? 회장님께서 진행 하라고 하셨으면 저는 상관없습니다.” 무슨 말이지? 분명 나는 전날 사업 방향과 전략을 설명하고 의견을 요청했는데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지 않고 회장님 의견을 오히려 물어본다. 그래서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다시 메시지를 보내니, 본인의 의견과 상관없이 진행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우리가 회사에서 서로의 의견을 제시하고 의논하는 것은 합의된 목표를 위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여러 상황의 관점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함이다.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의견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현상이고, 개개인의 능력의 한계를 넘는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순차적으로 해결방안을 위해서 원인을 찾아 진단하고 방안에 대해서 제안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반복하면서 개개인의 능력과 역할을 확인하고 회사는 성장하기도 망가지기도 한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 해결 능력이 좋은 사람을 트러블 슈팅 메이커(trouble shooting maker)라고 한다.
보통 트러블 슈팅 메이커는 전략을 짜거나 집단 전체 방향성의 합의를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하거나, 작업 도중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양한 해결책을 염두하고 전략적, 순서적으로 문제의 우선순위를 빠르게 파악한다. 그리고 최소의 자원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의사 결정권자에게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용 가능한 자원의 데이터를 누구보다 빠르고 명확하게 수집 할 수 있어야 하고, 수집된 데이터에서 솔루션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글을 읽거나 들을 줄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수집한 데이터의 출처, 성격, 진위, 중요성 여부를 판단해 사용 가능한 솔루션으로 만드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트러블 슈팅 메이커가 아닌 트러블 메이커가 되는 길은 회사의 방대한 상황과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고, 자신의 업무와 성과에만 집중하면 발생한다. 물론 자신의 성과에만 집중해야 하는 시기와 상황이 있다. 지금 이야기 하고 있는 주제는 팀원이 있는 관리자와 여러 팀을 이끄는 리더의 관점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리더와 관리자라면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하고, 의견을 내기 위해서는 생각을 해야 하고, 의견이 의사 결정권자에게 거부 되었다면 왜 거부 되었는지 또 생각을 해 다시 의견을 도출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조직은 성장 할 것이고, 의견을 무시당했다고 생각하고, 일은 내가 다하는데 권한은 없고 책임만 진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트러블 메이커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최고 의사 결정권자가 트러블 메이커가 되기도 한다.
회사에서의 역할은 세 가지다. 이끌거나, 따르거나, 떠나거나. 이끄는 사람이 무조건 최고 의사 결정권자가 아니다. 상황과 프로젝트에 맞춰 이끄는 사람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인지해야 하고, 내가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따를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최종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대표나, 관리자의 의견을 이용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이끄는 것도, 따르는 것도 아니다. “대표님께서 하라고 했습니다.” “대표님께서 이렇게 얘기 하셨습니다.” 대표의 의견을 공감하고 따른다면 실무자 및 관리자의 생각이 더해져 본인의 생각으로 이끌고 실행할 수 있는 솔루션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 조직은 다양한 생각과 의견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무너진다. 합의를 따르지 못해도 조직은 무너진다. 어떻게 이끌 것인지 따를 것인지 떠날 것인지 매 순간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함성룡 전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C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