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통신장비 제조사들이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동반 부진했다. 고객사인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5세대 이동통신(5G) 전국망 구축을 끝낸 영향이다. 향후 5G 투자 가능성도 요원한 만큼 이들 기업의 부진한 실적 흐름은 지속될 전망이다.
25일 각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화웨이기술유한회사(한국화웨이)·노키아솔루션앤네트웍스코리아주식회사(노키아)·에릭슨엘지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크게 감소했다. 3사 모두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게 기지국 장비를 납품하는 업체들이다.
한국화웨이는 지난해 매출 2040억원, 영업이익 7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24%, 영업이익은 17% 줄었다. 그나마 당기순이익은 42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화웨이 관계자는 “산업계 투자 리듬 영향으로 전통적인 통신사업 영역의 규모가 축소됐다”면서 “신규영역(엔터프라이즈 등)은 빠른 성장을 지속해 전반적으로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키아는 매출 2450억원, 영업이익 28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 보다 1.6% 올랐으나, 영업이익은 86% 가량 떨어졌다. 매출원가가 2022년 2012억원에서 2023년 2175억원으로 뛴 것이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에릭슨엘지는 연결기준 매출 5103억원, 영업이익 597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매출은 22%, 영업이익은 12% 줄었다. 순이익은 작년 479억원에서 508억원으로 6% 상승했다. 별도기준 매출액은 4352억원, 영업이익은 51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6%, 16% 감소했다.
장비사 실적 하락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이통사의 줄어든 5G 장비 수요 여파로 해석된다. 이통사들은 2019년 5G 상용화 이후부터 장비사들에게 통신장비를 구매해 전국에 기지국을 세워왔다. 하지만 최근 전국망 구축이 완료 수준에 이르면서 장비 구매 규모도 축소됐다. 장비 수요처도 크게 줄었다.
여기에 이통사들이 합심해 농어촌 5G 공동망을 구축하면서 장비 발주 수도 크게 감소했다. 농어촌 5G 공동망은 이통 3사가 농어촌 지역을 나눠 각각 통신망을 구축하고 이를 3사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통 3사가 각 지역에 개별 구축하려던 기지국 대수가 줄면서 자연스럽게 장비 발주량도 감소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장비사 입장에서는 이통사들이 기지국을 개별 구축하지 않고, 공동망(농어촌)을 구축한 부분이 특히 아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이통사들이 5G 28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에 할당 취소 조치를 받으면서 관련 장비에 의한 추가 매출도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장비사 실적 반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전국적으로 5G 기지국이 촘촘하게 세워져 있고, 기지국을 세우더라도 과거처럼 장비를 많이 구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장비 유지보수 차원으로 인한 구매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과거 5G 상용화 시절처럼의 과잉 투자는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