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은 정대성 화학공학과 교수·사이드 자히드 하산 박사 연구팀이 분자스위치 말단부에 고분자 반도체와 안정적인 결합을 이루는 두 분자를 결합해 문턱 전압(Threshold Voltage)의 변화가 가능한 메모리 트랜지스터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최근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분자 스위치는 여러 유기 분자 이성질체 간 상호변환 특성을 활용해 전기 신호를 분자 수준에서 제어한다. 이를 전계효과 트랜지스터(FET)에 적용하면 분자 수준에서 전자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다. 분자스위치 기반의 FET는 OFET(Organic FET)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이지만, 내구성에 한계가 있었다. 분자스위치 역할을 하는 분자가 반도체층 내에서 전자를 포획·저장하는 딥 트랩(deep trap)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빛'을 이용한 다리로 이를 해결했다. 연구팀은 분자스위치 분자와 고분자 유기 반도체 사이에 빛에 의한 화학 결합인 '광(光) 가교'를 형성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도입했다. 분자스위치 역할을 하는 디아릴렌(DAE) 말단에 아자이드(azide)와 다이아지린(diazirine)를 결합했다. 이 두 작용기는 유기 고분자 반도체와 빛에 의해 화학적 결합을 형성해 불안정했던 DAE의 폐쇄 이성질체가 잘 유지되도록 도와 안정적인 딥 트랩 상태를 유지했다.
실험 결과, 연구팀의 DAE가 적용된 OFET는 안정적으로 딥 트랩 상태를 백만 초 이상 지속하며 높은 내구성을 보였다. 또 22V의 전압에서 1000을 넘는 높은 광 프로그래밍 온·오프 스위칭 비율과 100회 이상의 사이클에도 안정성을 유지하며 뛰어난 저장 성능을 보였다.
특히, 연구팀이 만든 OFET는 광가교를 활용한 정밀 패터닝이 가능해 반도체층 구조를 세밀하게 제어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마이크로 전자공학과 광 전자 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정대성 교수는 “이번 연구는 메모리 트랜지스터 분야에서 데이터 저장과 처리 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트랜지스터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BK21 혁신화학공학지도자 양성사업, 한국 도레이 첨단소재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