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칼럼]기술혁명 속 전파연구자 자세

서철헌 숭실대학교 교수·한국전자파학회 명예회장
서철헌 숭실대학교 교수·한국전자파학회 명예회장

4차 산업혁명 파도와 3년 가까이 지속된 펜데믹, 기후변화 문제 대응을 위한 저탄소·친환경 경제, 세계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합계출산율, 강대국의 기술패권 경쟁과 글로벌 벨류체인 변화 등으로 우리 사회는 역사적인 대전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국가 중요기술로 인공지능(AI), 메타버스, 6세대(6G) 이동통신, 양자, 우주항공, 반도체 등이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신기술은 전파를 근간으로 한다. 전파기술은 새롭게 부상하는 신기술과 접점을 찾아 능동적으로 융합기술을 형성하려 한다. 전파기술이 새로운 시대 핵심기술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20세기초부터 시작된 전자기술은 전파로부터 크게 부각됐다. 1930년대 라디오와 1940년대 레이다 기술, 1990년대 이동통신에 이르기까지 전파기술 중요성이 더욱 증대됐다. 전파기술은 새롭게 부상하는 신기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에 부각되는 양자기술은 양자역학 원리를 활용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응용하는 분야다. 양자컴퓨팅, 양자역학 원리를 이용해 정보를 안전하게 전송하는 양자통신, 양자 센싱, 양자조명을 이용해 먼 곳의 작은 표적을 정확하게 탐지해 내는 양자 레이다 분야에서 혁신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양자기술의 구현 및 응용면에서 전파기술과의 융합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례로 양자 컴퓨터를 구현하기 위한 무선주파수(RF) 회로 응용은 전파 분야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6G 역시 밀리미터웨이브(mmWave), 비지상네트워크(NTN)가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몇 년 후로 성큼 다가온 6G 시대를 앞두고 미국, 중국, 유럽 등 세계 주요국은 기술패권 확보를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미래 통신은 5G를 넘어 마이크로파·밀리미터파·서브 테라헤르츠(Sub-THz) 등 다양한 주파수 영역에서 지상망 뿐만 아니라 위성통신망까지 확대되고 있다. 전파기술 응용분야는 기존의 전통적 통신뿐만 아니라 센싱, 에너지, AI 등과 결합돼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사물인터넷(IoT), 통신, 빅데이터, AI 기술이 융합된 객체다. 완전한 자율주행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기술들이 오류없이 보다 긴밀하게 융합돼야 한다. 자율주행을 위해 필요한 센서는 크게 라이다(LiDAR), 레이더, 스테레오 카메라, 초음파 센서 등으로 구분된. 측정 범위(각도와 거리)에 따라 장착되는 위치와 역할이 달라진다. 자율주행차에서도 전파기술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전파분야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이러한 대전환 시대를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전파 정책과 인력양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민·관의 긴밀한 협력과 우수한 인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경쟁국과 비교해 기술격차가 크다. 미래 기술이 국가 경쟁력에서 중요한 역할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과학기술 정책과 새로운 시대를 선도할 미래 전파 인력 양성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역사적으로 위협은 항상 기회와 함께 다가왔다. 우리는 위대한 변화 시대를 선도할 정책과 기술 인력양성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과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융합 자세, 융합기술을 시행하는 전파정책, 미래지향적 인력 양성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철헌 숭실대학교 교수·한국전자파학회 명예회장 chulhun@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