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입법 공백을 지적하며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통과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29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구하라법이 법사위에 가로막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헌재)는 지난 25일 형제자매에게 고인의 의사와 상관 없이 일정 비율 이상의 유산 상속을 강제하는 유류분 제도가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또 배우자·부모·자녀의 유류분을 인정한 조항 역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배우자를 때린 가정폭력 사범, 자녀를 버리거나 학대한 부모, 부모와 연락을 끊은 자식 등에 대한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두지 않아 입법상 보완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헌재의 판단은 사실상 구하라법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구하라법은 양육 의무를 지키지 않은 부모 등의 재산 상속을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해당 법안은 가수 고(故) 구하라 씨의 오빠 구호인 씨가 '어린 구 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구 씨 사망 이후 상속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입법을 청원해 '구하라법'으로 불린다.
21대 국회에서는 그동안 관련법 통과를 위한 노력을 해왔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21대 국회에서 군인연금법·군인재해보상법 등 군인 구하라법과 '공무원 구하라법(공무원연금법·공무원재해보상법)', '선원 구하라법(선원법·어선원재해보험법 개정안)' 등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발의해 이를 통과시켰다.
다만 특정 직업이 아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구하라법은 법사위 논의 단계에서 멈춰 있다. 이는 법무부 등의 반대 탓이다. 특히 법무부 등은 피상속인이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등에 대해 가정법원이 청구를 받아 '상속권 상실 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민법 개정안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는 양육하지 않은 부모나 가정폭력 가해자 등에 대한 상속권 상실 재판을 고인이 죽기 전에 먼저 청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구하라법을 민생 법안으로 규정하고 이를 21대 국회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헌재가 고인의 뜻과 관계없이 가족에게 일정 이상을 상속하는 유류분 제도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시대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며 “국회 차원의 빠른 입법이 필요하지만 구하라법은 법사위에 가로막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하라법 등 민생 관련 필수 법안에 대해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 여당도 협조해 달라”고 덧붙였다.
서 의원도 이날 최고위에서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법사위를 열어달라. 법사위를 열어 이 법을 통과시키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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