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오산시, 세계적 반도체 장비기업 자리에 아파트 조성 '당혹'…대체 부지 마련 '총력'

AMAT, 오산 가장동 1만7938㎡ 매입…내년 R&D센터 완공하려 했으나
국토부, 지난해 11월 AMAT 부지 세교3공공주택지구에 포함시켜 지정
김동연 지사·이권재 시장, 5월 초 미국 AMAT 방문 협약체결 계획 취소

오산시가 AMAT R&D센터 유치를 위해 AMAT에 제시한 서울대병원 부지 전경. 오산시 제공
오산시가 AMAT R&D센터 유치를 위해 AMAT에 제시한 서울대병원 부지 전경. 오산시 제공

경기 오산시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의 연구·개발(R&D)센터가 무기한 보류됐다.

AMAT가 매입한 부지가 신규 택지 후보지로 포함되면서 AMAT R&D센터 건축에 빨간불이 켜졌다.

김동연 경기지사와 이권재 오산시장은 다음 달 초 미국 AMAT를 함께 방문해 AMAT R&D센터 유치·건축 등과 관련한 업무협약을 체결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29일 밝혀졌다.

AMAT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계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지난해 8월 오산시 가장동 일원 1만7938㎡(5426평)를 매입했다. AMAT는 기본 건축 설계까지 마쳤으며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반도체 장비 반입 일정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지에 R&D센터가 들어서면 전자빔(e빔)·식각·증착 등 반도체 장비 최소 20대 이상을 가동하고, 국내에서 100명 이상 연구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인근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위치해 있고 용인 첨단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가까이 있어 접근성 등 지리적 이점이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하면서 AMAT가 매입한 부지를 세교3공공주택지구에 포함했다. 마지막 행정 절차인 등기 이전만 남겨둔 시점으로, 국토부는 2025년 상반기까지 지구 지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세교3지구에서 AMAT 부지를 제외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산시 관계자는 “AMAT가 매입한 부지가 세교3지구로 지정되면서 개발이 제한되거나 수용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에 가서 협약을 하더라도 절차가 있는 것인데, 부지가 수용돼 이번 협약의 의미가 없어져 AMAT 방문을 취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MAT 유치까지 취소된 것은 아니다. 대체 부지를 찾고 있으며 서울대병원 부지 등 AMAT에 좋은 부지를 제안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AMAT R&D센터 대체 부지로는 오산시가 서울대병원을 유치하려다 실패한 내삼미동 부지를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와 오산시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부지는 오산시가 당초 종합의료시설부지로 약 12만3000㎡(약 3만7207평)를 매입했던 내삼미동 일대다. 2016년 병원 건립 사업 자체가 무산되면서 부지 안에는 미니어처빌리지, 드라마세트장 등이 조성됐다. 최근 드라마세트장 등이 철거작업을 마쳐 유휴부지인 상태다.

서울대병원 부지는 시유지인 만큼 AMAT가 매입한 부지와 대토 방식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산=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