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전기료가 최대 300%까지 폭등하자 한 정육점 주인이 가게 앞에 “불을 끄고 영업하고 있으니, 플래시를 켜고 들어오세요”라는 문구를 내걸어 화제다.
25일(현지시간) 파지나12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중부 엔트레리오스주의 구알레구아추에서 정육점 주인인 왈테르 미오니스는 가게 출입구에 손전등을 켜고 들어오라는 안내 문구를 내걸었다. 최근 물가 상승으로 판매가 줄어들고 전기 요금이 폭등해 전기료를 감당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왈테르는 지난달 전기요금 청구서에 98만 페소(약 154만원)가 찍혀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원래 내던 전기료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반면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판매량은 쪼그라들었고, 가격을 올렸음에도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돈은 판매액에 15~20%에 불과했다. 전기요금 상승분 정도인 50만 페소(약 79만원)가 그가 한 달에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액수다.
이에 왈테르는 특단의 조치로 낮에는 불을 켜지 않고, 저녁에는 손님들에게 손전등을 가져오라는 안내문을 여기저기에 붙이기로 했다. 고기를 보관할 냉장고만 켜놓기로 한 것이다.
그가 이 같은 안내문을 걸자 실제로 휴대폰 플래시 등을 켜고 들어오는 손님도 있었다. 그는 “어제 밤에는 네 명의 손님이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들어왔는데, 불을 켰을 때보다 가게 안이 환해 보였다”며 “장난처럼 들리겠지만, 이처럼 비싼 전기요금이 이어지면 머지않아 모든 소상공인이 이렇게 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에르헨티나 북동부 엔트레리오스주에서 에너지 유통을 담당하는 에네르사(ENERSA)는 올해 1분기 요금을 180~300% 인상했다.
이 때문에 왈테르 같은 소상공인들은 높은 전기료를 감당해야 하는 한편, 실업률이 높아져 주머니를 여는 고객들이 줄어들면서 판매량까지 떨어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왈테르는 “포기하지 않겠다. 초리조, 선지소시지 등 만들 수 있는 것을 다 만들어 이 상황을 벗어날 것”이라고 의지를 다지면서 이같은 행동이 화제가 돼 변화가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사연이 화제가 되면서 엔트레리오스를 포함해 코르도바, 미시오네스 등 주에서는 전기요금을 최대 3회 분할 납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요금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 실효성이 없어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지난해 12월 취임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재정 긴축 정책으로 아르헨티나 물가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각종 보조금이 삭감돼 전기 요금 또한 폭등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