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자들이 연이어 의문의 죽음을 맞아 탄생한 도시전설 '파라오의 저주'가 사실은 '방사능' 때문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6일(현지시간) 영국 더 선에 따르면 로스 펠로우즈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달 초 과학탐구저널(JSE)를 통해 투탕카멘 무덤 발굴에 참여한 고고학자들이 다수 사망한 이유가 무덤 안에 있었던 방사능 때문일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집트 전역에 있는 대다수의 고대 무덤들이 엄청난 양의 방사능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집트 일부 지역에서 지형적 특성을 고려해도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방사선 수치 치솟는 경우가 확인됐는데, 대부분이 피라미드와 인접한 기자 등 지역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펠로우즈는 고대 사람들이 투탕카멘 외에도 파라오 무덤 다수에 의도적으로 독성 폐기물을 방출하는 방사성 물질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대와 고대 이집트 인구는 모두 조혈 암, 뼈나 혈액 또는 림프암 유병률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며 방사능 노출과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에 따르면 투탕카멘뿐만 아니라 오시리스, 사카라 네크로폴리스 등 여러 매장지에서 방사능 수치가 높게 나왔다. 특히 사카라에 있는 여러 지하 무덤에서는 방사성 기체인 라돈이 검출되기도 했다. 그는 “고대 이집트 무덤에서는 매우 높은 수준의 방사선이 확인된다. 허용된 안전 기준의 10배 수준”이라고 했다.
또한 고대 이집트인들이 방사능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무덤에는 '이 무덤을 깬다면 어떤 의사도 진단할 수 없는 질병으로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적혀있다”고 말했다. '악령'과 '금지된' 것으로 해석된 단어들이 방사능을 뜻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투탕카멘의 저주', '파라오의 저주' 등으로 불리는 도시전설은 지난 1922년 시작됐다. 당시 이집트 제18왕조인 투탕카멘(BC1342~BC1324) 무덤 발굴 작업에 참여한 네 명의 남성이 잇따라 사망하면서 이 같은 괴담이 생겼다.
첫번째 사망자는 후원자인 영국 금융인 카나본으로 발굴 5개월 뒤, 면도 중 감염된 모기에 물려 혈액 중독이 폐렴으로 진행돼 사망했다. 이어 미국 금융인 조지 제이 굴드, 런던에서 미라를 엑스레이로 촬영한 영국인 아치볼드 더글라스, 미국 고고학자 제임스 헨리 브루스테드까지 총 4명이 발굴 3년안에 사망했다.
미스터리한 죽음들의 원인을 둘러싸고 여러 가설이 돌았다. 특히 발굴팀이 무덤 속 미라에 오랜 시간 축적된 '고대 세균'을 고려하지 않아 세균 감염으로 이어졌다고 보는 주장이 정설로 여겨졌다. 파라오의 무덤 속에는 고기나 야채, 과일 등도 함께 묻혔기 때문에 이로 인해 벌레, 곰팡이, 박테리아 등이 들끓었을 것이고 이 때문에 치명적인 세균에 감염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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