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지원금 상향에도 번호이동 줄었다...알뜰폰만 위축

서울 광진구 강변테크노마트 휴대폰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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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환지원금 인상에도 통신사 전체 번호이동 규모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알뜰폰 이탈 고객만 대폭 늘어났다. 번호이동을 통한 경쟁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가 실효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여당 총선 패배까지 겹치면서 전환지원금 제도 전반에 제동이 걸렸다.

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4월 이동전화 번호이동 건수는 50만975건으로 전월(52만4762건) 대비 4.5% 감소했다. 3월부터 시행된 전환지원금 제도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가장 적은 번호이동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경우 최대 33만원까지 오른 전환지원금 인상 효과가 온전히 반영됐다는 점에서 아쉬운 결과다. 앞서 이통 3사는 방송통신위원장과 면담 직후인 3월 23일부터 전환지원금을 최대 30만~33만원까지 상향 조정했다.

이는 알뜰폰(MVNO)간 갈아타기가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이통사(MNO)간 번호이동이 소폭 증가에 그쳤다는 점에서 기대만큼 실효를 거뒀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달 알뜰폰을 제외한 이통 3사간 번호이동 건수는 22만4393건으로 전월 21만5133건 대비 4.3% 늘었다.

전환지원금 상향에도 번호이동 줄었다...알뜰폰만 위축

오히려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 핵심인 알뜰폰 시장만 위축되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지난달 알뜰폰에서 이통 3사로 넘어간 가입자는 5만4664명으로 전월대비 6.3% 늘었다. 반면 알뜰폰으로 유입된 건수는 7만4822명으로 전월보다 22.6% 급감했다.

이에 따라 알뜰폰 번호이동 순증 규모는 2월 6만5245명, 3월 4만7371명으로 줄어든데 이어 지난달 2만158명으로 반토막났다. 알뜰폰으로 신규 유입되는 고객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알뜰폰에서 이통사로 옮겨탄 수요만 늘었을 뿐 전체 번호이동 시장이 역성장을 보이면서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라는 전환지원금 정책 의미도 퇴색됐다.

이통사도 지원금 경쟁에 유보적이다. 최대 50만원까지 지원금을 자율 지급할 수 있지만 한 달 넘게 30만원대에서 변화가 없다. 갤럭시S24 등 최신 모델에 대한 전환지원금은 여전히 10만원 미만이다. 오히려 전환지원금을 줄이는 추세다. LG유플러스는 갤럭시S23 시리즈 공시지원금을 인상하면서 전환지원금을 최대 30만원에서 10만원으로 낮췄다.

지난달 총선에서 여당이 패하면서 당정의 전환지원금 정책에도 제동이 걸렸다. 야당은 단통법 시행령과 고시 개정을 통한 전환지원금 지급이 위임입법 한계를 벗어난 관치형 정책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리점에 지급하던 판매장려금이 전환지원금으로 전환됐을 뿐 고객 입장에서 지원 혜택이 크게 늘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최신 단말에 대한 큰폭의 지원금 상향이 없다면 사실상 소비자에게는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