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100메가, 500메가, 기가급 속도를 제공하는 상품을 사용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인터넷 속도에 의구심을 품은 적 없나요. 인터넷에서 파일을 내려받아 보면, 안내받은 속도보다 현저히 낮잖아요. 통신사가 우리를 속이는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업체가 사용하는 단위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단위가 달라서 그래요.
비트(Bit)와 바이트(Byte)
인터넷 속도에 대한 오해는 서로 다른 단위 때문에 생긴 오해입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데이터 표기 단위를 정확히 알 필요가 있어요. 컴퓨터와 같은 전자 제품은 2진수를 사용합니다. 0과 1로 모든 연산을 수행한다는 거죠. 컴퓨터는 2진법의 최소 단위로 ‘비트’를 사용합니다.
비트만으로는 방대한 데이터를 표현하기 어려워요. 더 큰 단위가 필요하죠. 이런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단위가 바로 ‘바이트’입니다. 바이트는 비트 8개를 하나로 묶은 값입니다. 즉 8비트는 1바이트와 같아요. 바이트는 친숙하죠? 컴퓨터나 스마트폰 저장 용량을 언급할 때 메가바이트(MB), 기가바이트(GB)를 사용하잖아요.
통신사에서 사용하는 단위는 비트입니다. 대신 '비트'라는 단어를 생략하고 100메가 인터넷, 500메가 인터넷, 기가인터넷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죠. 정확한 표기는 100Mbps 인터넷, 500Mbps 인터넷, 1Gbps 인터넷이 돼야 합니다. bps는 ‘bit per second’의 약자로 초당 비트 전송량을 의미해요. 예컨대 100Mbps는 1초에 100메가비트를 전송한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들은 단위를 착각할 수 있습니다. 비트가 아니라 바이트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죠.
단위를 환산하면
1바이트는 8비트라고 했죠. 통신사가 안내한 비트 기준 속도를 바이트로 환산하려면, 나누기 8을 해주면 된다는 의미에요.
예를 들어 100Mbps 인터넷을 8로 나누면 12.5MB/s가 됩니다. MB/s는 초당 메가바이트(MB) 전송량입니다. 1초에 12.5MB 크기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500Mbps 상품을 바이트로 바꾸면 62.5MB/s, 1Gbps 인터넷은 125MB/s가 되네요. 요즘에는 10Gbps급 인터넷도 있죠? 바이트로 환산한 실제 속도는 1.25GB/s입니다.
환산한 값을 보니 숫자 크기가 많이 작아졌죠. 숫자가 큰 쪽이 더 빨라 보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표기의 차이일 뿐 실제 속도는 동일합니다. 단위, 표기의 차이일 뿐이에요. 단 주의해야 할 점이 있어요. 어떤 단위를 사용하든 위 수치는 이론상 최대 인터넷 속도에 불과해요. 실제 인터넷 속도는 사용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비트-바이트 단위, 어떻게 구분하면 좋을까
비트(Bit)와 바이트(Byte)는 모두 앞 글자가 알파벳 ‘B’입니다. 속도를 표기하는 단위도 엇비슷해요. 비트는 bps(bit per second), 바이트는 B/s(byte per second)로 나타내죠. 비트와 바이트 단위를 헷갈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의외로 방법은 간단합니다. 자세히 보면 비트는 알파벳 소문자 ‘b’로 표현합니다. 바이트는 대문자 ‘B’로 나타내죠.
예를 들어볼게요. 초당 100메가비트 전송 속도는 ‘100Mbps’로 표기합니다. 초당 1기가비트 전송 속도는 ‘1Gbps’로 쓰죠. 바이트를 볼까요. 초당 100메가바이트를 전송할 때는 ‘100MB/s’로 표기해요. 초당 1기가바이트는 ‘1GB/s’가 되죠. 비트는 더 큰 단위를 나타내는 접두사는 대문자로, 자신은 소문자로 써요. 바이트는 둘 다 대문자로 표기해야 합니다.
잘못된 건 아니지만...
인터넷 속도를 비트로 표기하는 행위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닙니다. 다른 단위를 사용했을 뿐이죠. 틀린 정보를 제공한 것도 아니고요. 그러나 단위를 잘 모르는 사용자 입장에선 비트 표기가 달갑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평소 비트라는 단위를 자주 접하지도 않을 테고, 익숙한 단위로 속도를 파악하려면 한 차례 환산해야 하고요.
인터넷 속도는 오랜 시간 관행처럼 비트로 표기해 왔는데요. 익숙한 단위를 사용하면 그만큼 사용자 혼란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과거 일부 스마트폰 제조사가 제품 사양을 비트로 표기했다가 바이트로 바꾼 것처럼요. 훨씬 직관적으로 보일 텐데요.
테크플러스 윤정환 기자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