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공학도의 전유물에 머물지 않고 누구나 활용가능한 도구로 대두했다. AI는 몇 가지 돌파구가 있었는데 가장 최근의 돌파구는 챗GPT를 가능케 한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GenAI)다. 생성형 AI 중에서도 인간기계 인터페이스(HMI)에 위치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힘입어 비전문가라도 전문 프로그래머나 처리할 수 있는 문제를 AI로 척척 해낼 수 있는 경지에 왔다.
생성형 AI는 간단한 프롬프팅을 통해 유익한 정보를 정리해주고 유료 서비스의 경우 원하는 PPT·에세이 작성, 그림, 작곡 등을 해낸다. 활용 측면에서 수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사람과 기계 간 인터페이스가 사용자 친화적이 되어 이제 유일한 제한은 우리 상상력의 한계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만큼 AI는 무소불위의 생산력 증대를 가져온다.
이에 따라 AI 리터러시가 있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간의 차이는 앞으로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국가 안에서도 AI 리터러시가 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 차이가 벌어질 것이다.
국민의 AI 이해력을 높이는 AI 리터러시에 대해 우리 정부는 지난해 9월 '전국민 AI 일상화 실행계획'을 내놨다. 다만, AI 리터러시 같은 부분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자세한 내용이 없어 선언적 이벤트로 끝날 우려를 낳는 것도 사실이다.
우연히 지난 2월 세계 대학 중 1%안에 들어가는 헬싱키대 총장단을 서울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세계적인 AI 리터러시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핀란드의 'Elements of AI'를 소개했다.
프로그램은 헬싱키대와 리액터가 공동개발 한 것으로 모든 사람에게 AI가 무엇인지, AI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의 구분, AI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려주는 목적으로 2018년부터 진행됐다. 복잡한 수학이나 프로그래밍이 필요하지 않은 교과과정으로 구성됐다.
즉, 일부 엘리트에 국한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일반인을 위한 AI 저변확대 교육이다. 이미 100만명에게 교육을 마쳤다니 인구 500만 국가로서는 큰 성과다. 우리도 이러한 프로그램을 먼저 개발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산업 측면에서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지역의 경우 설비를 실시간 모니터링과 데이터 분석으로 고장을 예측하고 유지보수 비용을 줄이는 '예측 유지보수', 컴퓨터 비전 기술로 결함을 자동 감지·분류해 품질관리 과정을 효율화하고 불량률을 낮추는 '품질관리 시스템', AI로 수요예측·재고관리·물류 최적화를 실시해 공급망 효율성을 높이는 '공급망 최적화', 규모는 작으나 성장률만큼은 폭발적으로 증대되고 있는 '제조 산업용 생성형 AI'로 분류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제조업용 생성형 AI는 고급 인력이 부족한 지방 기업에게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 기치가 내걸어졌던 8년 전 언급된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을 통한 사이버물리시스템(CPS) 등이 실현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크라우스 슈밥 박사 등 당시 석학의 예견이 현실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비전을 제시했기에 현실이 되는 것인지 헷갈리지만 정말 그때 이야기한 것들이 현실화하는 것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그렇다면 그때 나온 나머지 이야기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AI를 주도하는 몇몇 국가는 번영할 것이나 대비하지 못한 국가는 쇠퇴할 것이라는 예언 말이다. 우리는 반드시 전자에 속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현태인 충북과학기술혁신원 연구기획단장 tihyo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