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을 맞아 직장인들의 마음이 설레고 있다. 기온이 따뜻해지는 이 시기에는 가족과 함께 시원한 산바람과 숲을 만끽할 수 있는 등산만큼 좋은 활동이 없다. 하지만 5월은 등산객의 증가에 따라 각종 사고도 많이 발생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행정안전부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등산사고 데이터를 종합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월 1488건이던 사고건수가 5월 2150건으로 급증한것으로 나타났다. 사고의 원인으로는 발을 헛디디거나 미끄러지며 발생하는 실족(34%)이 제일 큰 요인으로 나타났다.
발을 헛디디게 되면 흔히 '접질렸다' 또는 '삐끗했다'라고 표현하는 발목염좌가 발생하기 쉽다. 발목염좌는 관절을 이어주는 근육과 인대 조직이 가동 범위를 넘어 손상된 상태를 의미한다. 증세에 따라 부기가 심해지고 통증으로 인해 보행이 힘들어진다. 통증이 크지 않은 상황이더라도 방치할 경우 손상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아 염좌가 반복되기 쉬운 발목불안정증이나 관절염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존재한다.따라서 발목을 크게 접질린 경우에는 조속히 의료기관을 찾아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보는 게 중요하다.
염좌 치료에는 한의학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침·약침치료 등을 활용해 발목염좌를 해결한다. 먼저 구허(垢墟), 상구(商丘)혈 등 주요 혈자리에 실시하는 침치료는 손상으로 인해 과도하게 경직된 근육과 인대를 풀어주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통증을 완화한다. 여기에 염증 제거 및 조직 강화에 효과적인 약침치료를 병행하면 더욱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약침은 정제한 한약재 주요 성분을 병변에 직접 주입하는 한방치료법으로 침과 한약의 장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같은 부위에 염좌가 빈번히 발생해 관절염으로 이어진 환자에게는 뼈와 관절 조직 강화에 도움을 주는 한약 복용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인삼, 우슬, 백복령 등 퇴행성 관절염에 효과적인 한약재로 조제한 한약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질환 치료에 한의학을 선호하고 있다. SCI(E)급 국제학술지 '영국의학저널 오픈(BMJ open)'에 게재된 자생한방병원 논문에 따르면 한방의료기관(56%)은 국내 발목염좌 환자들이 제일 선호하는 의료기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의학에 대한 환자들의 선호는 염좌뿐 아니라 허리디스크와 같은 여타 질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이에 보건복지부는 최근 허리디스크 등 일부 질환 치료에 처방하는 한약(첩약)을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다빈도 질환으로 한의의료계를 찾는 환자들의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서다.이에 환자 부담률이 최대 30%까지 감소해 국민의 의료선택권이 더욱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치료보다도 중요한 것은 애초에 다치지 않는 것이다. 등산 시에는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등산화 착용과 스틱사용을 추천한다. 또 발바닥 전체로 땅을 제대로 밟아 발목이 틀어지지 않도록 주의하자. 경사가 있고 미끄러운 경로에서 하산 시에는 직선으로 빠르게 내려가기보다 지그재그로 이동해 속도와 보폭을 줄인다.
오랜만에 온 가족과 즐거운 마음으로 나선 소풍날, 안전사고만큼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이다. 이번달 등산을 계획하고 있다면 가족들 건강에 문제는 없을지 미리 장비와 복장 등을 체크해보는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염승철 광주자생한방병원장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