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를 저지했다고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국영 매체 우크린폼 통신에 따르면, 당국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과 내통해 기밀 정보를 전달한 혐의로 우크라이나 국가안보부 대령급 인사 2명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FSB가 우크라이나 최고위 군사·정치 지도자를 암살하려 했다고 봤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포함해 SBU 수장인 바실 말리우크와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장 등이 목표였다.
SBU는 “먼저 (러시아) 요원이 보호 대상자(암살 타겟)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적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면, (러시아는) 그 곳에 미사일 공격을 가하고 현장 근처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드론으로 공격할 계획이었다”며 “마지막으로 드론의 흔적을 파괴하는 포함한 나머지 공격이 계획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들과 내통한 우크라이나 국가안보부 대령급 인사는 암살을 수행할 요원을 무장시켰다고 봤다. 요원은 FPV 드론, 휴대용 대전차 유탄발사기 RPG-7, 크레모어 지뢰 MON-90 등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구금된 대령이 해당 무기를 얻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다른 지역에 방문했으며 FSB 감독관 등과 내통한 기록을 확인했다고 SBU는 부연했다.
SBU는 체포된 관리들이 암살 공작에 가담한 5명 중 일부라고 했다. 또한 체포된 이들 중 하나가 FSB 요원으로부터 위치 정보 제공 대가로 5만달러(약 6830만원) 이상을 받기로 약속 받았다고 전했다.
SBU는 내통자들의 자세한 신원은 밝히지 않았지만, 이들을 사주한 FSB 인사가 제5국 작전정보부의 막심 미슈틴, 드미트리 페를린, 알렉세이 코르네프 등이라고 지목했다. 이 가운데 페를린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기 전 영입된 '몰'(두더지; 비밀 정보에 접근하기 전 모집된 장기 스파이를 가리키는 용어)의 감독관이라고 말했다.
SBU는 이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취임 선물로 이번 테러를 계획하다며 “FSB의 이번 테러는 좌절됐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적이 강하고, 경험이 풍부해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모든 반역자들이 합당한 법정 선고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현지시각으로 이날 낮 12시 모스크바의 크렘린궁 대궁전 안드레옙스키 홀에서 취임식을 통해 다섯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이번 임기는 2030년까지 총 6년이다.
지난 3월 15∼17일 대통령 선거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인 87.28%로 5선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은 2000·2004·2012·2018년을 이어 집권 5기 시대를 연다.
그는 취임신 전날, 러시아군에 전술핵무기 사용 훈련을 지시한 바 있다. 이와 동시에 러시아 우방국인 벨라루스에도 러시아의 전술핵무기 수십 개가 배치됐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