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 의대 증원 자체 검증 위원회 발족…정부 “고소 남발 유감”

40개 의과대학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의대 증원의 과학성을 검증하기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검증위원회를 발족한다.

전의교협은 8일 성명서를 통해 “국내외 전문가 30∼50명으로 구성된 과학성 검증 위원회를 구성하고 검증 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대한의학회 등 관련 학회의 추천을 통해 전문가 풀(pool)을 짜고 이번 주 내로 위원회 구성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수술전협진실 입구에 전체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수술전협진실 입구에 전체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과학성 검증 위원회는 △인력 추계 검증 △기초의학진흥 △전공의 수련환경 검토 △지역 및 필수의료 검토 △보건의료 정책 현실성 검증 등 세부 분과를 두고 정부 정책을 검증한다. 또 향후 보건의료인력 예측을 포함한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평가해 그 결과를 국민에게 알릴 예정이다.

전의교협은 또 부산대가 의대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 규정안을 부결한데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들은 “부산대 교무회의는 개별 대학이 증원 규모를 확정하기 전에 국가공동체의 책임 있는 주체들이 하루 속히 만나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선행해야 함을 천명하며 의대 정원 증원 학칙 개정안을 최종적으로 부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법과 원칙이 존중되는 법치주의 국가의 상식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지극히 온당한 결정”이라며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일방적이고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정책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대는 학칙을 개정해 당초 125명이던 의대 입학생 정원을 200명으로 늘리고, 내년도에 한해 증원분의 50%가량을 줄인 163명을 모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날 대학 본부에서 열린 교무회의에서는 “증원 규모를 확정하기 전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부산대 학칙 일부 개정 규정안'을 부결했다.

부산대의 결정에 교육부는 이날 “시정명령을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행정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 행동과 더불어 의료계의 연이은 고소·고발에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지난 7일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와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 대상은 조규홍 복지부 장관, 박민수 복지부 2차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오석환 교육부 차관,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 등 5명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이들은 고발장에서 지난 2월 6일 복지부 산하 보정심이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증원을 2000명으로 심의할 때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것은 직무 유기와 공공기록물 은닉·멸실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의대교수·전공의·의대생과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도 진행 중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집단으로 비우는 불법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 대상의 고소·고발과 소송이 난무한 지금의 모순된 상황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의료 공백 문제를 해소하고 병원의 운영 상황이 회복될 수 있도록 전공의들은 조속히 집단 행동을 중단하고 의료 현장으로 돌아와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주 금요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제2차 회의 개최 예정으로, 의사단체는 회의에 참여하여 의료개혁의 사회적 논의에 함께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