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초대형 프로젝트 '네옴'(NEOM)의 중심부, '더 라인'(The Line)의 새로운 콘셉트 이미지를 선보였다.
지난 5일 네옴 시티 프로젝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170km 길이의 도시 '더 라인'은 삶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꿀 것”이라고 자랑하며 새로운 콘셉트 이미지 4장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도시의 벽면이 거울로 되어있어 마치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마리나(정박지) 위로 걸쳐진 도시 '더 라인' 벽면에는 배가 통과할 수 있는 문이 있고, 문을 통해 지나온 유람선들이 벽면을 따라 정박되어 있다. 특정 각도에서는 마치 숨겨진 입구를 찾아 들어간 유람선이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처럼 연출됐다.
네옴은 “길이 170km, 높이 500m, 폭 200m의 이 도시는 차도와 탄소 배출이 없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100% 구동되며, 건축 면적은 34km2, 거주민은 900만 명”이라고 네옴시티 더 라인에 대해 소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야심찬 프로젝트가 야생동물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 동물학과의 윌리엄 서덜랜드 교수는 타임즈에 “높은 창문으로 날아드는 새들은 심각한 문제다. (더 라인은) 사우디아라비아를 가로지르는 500m 높이의 건물이다. 철새들에게 많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더 라인이 수백만 마리의 새들의 목숨을 앗아갈 '죽음의 덫'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옴은 또한 건설 현장도 공개했다. 사막 위로 구역이 나뉘어져 있고, 공사 차량이 드나들고 있지만 뚜렷한 기초가 다져지지 않은 모습이다. 네옴은 “굴착기가 300만 입방톤의 지구를 이동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라인은 사우디아라비아 서부 지방의 홍해 연안을 따라 106마일(약 170km) 길이로 이어지는 일직선 도시다. 초자연적인 비전과 함께 1조 5000억달러(약 2050조원)라는 엄청난 규모의 예산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초 계획으로는 5000억달러였으나 예산이 3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업계는 2000조원이 넘는 돈으로는 이를 완성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 계획에 정통한 소식통은 더 라인의 첫 1.5마일(약 2.4km)에만 1000억달러(약 136조원)가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실현 가능성도 문제다. 콘셉트 영상에서 등장한 하늘을 나는 택시, 로봇 시종 등이 현재 완벽한 기술력을 갖추지 않았음에도 이를 영상에 포함시켜 홍보하고 있다며 뉴욕타임스(NYT)는 “꿈에나 나올 법한 유토피아”라고 꼬집기도 했다.
'네옴'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이 이끄는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이 중 더 라인은 2030년까지 170km를 완성시켜 150만명을 이주시키겠다고 했지만 이를 대폭 축소해 2.4km 완공, 30만명 이주로 변경했다.
한편, 네옴시티 건설 부지 확보 과정에서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9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으로 망명한 사우디의 전직 장교인 라비 알레네지 대령은 “정부 당국이 더 라인의 부지 확보를 위해 걸프지역 한 마을에 대한 철거 명령을 내렸고, 이 과정에서 거주민과 충돌이 있을 경우 치명적인 무력 사용도 허용했다”고 증언했다.
사우디 정부가 “퇴거에 계속 저항하는 사람은 살해돼 마땅하다”며 남아있는 누구에게든 무력을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퇴거에 불응한 거주민 1명이 총에 맞아 사망하고 47명이 구금됐으며, 구금자 가운데 5명은 사형수라고 BBC는 전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